대화를 하고 있지만 그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거나, 서로 사랑을 하고 있지만 마음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어쩌면 현대인의 관계를 곱씹는 일은 정해진 결말로 갈 수도 없고 정의 내릴 수 없어,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2019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자켓 시인은 지난달 발간된 첫 시집 ‘거침없이 내성적인’(문학과지성사 刊)을 통해 그런 불안정한 관계들을 이리저리 뜯어본다.
도시의 길거리, 집, 추억이 깃든 여행지 등 친숙한 일상의 공간이 시의 무대로 소환되지만, 시 속을 유영하는 화자들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 소통의 불가능성을 떠안은 채 어긋나는 감정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오류에 빠지곤 한다. 알 듯 말듯한 아리송한 상황들이 펼쳐지는 이자켓의 시를 통해선 현대인이 공유하는 감정들을 시인의 담담한 어조를 거쳐 음미할 수 있다.
의미와 맥락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없는 표현과 단어들이 시 곳곳에 배어 있어 낯설 수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길을 잃고 낙담하기엔 눈길을 사로잡는 시어들이 줄곧 시선을 머무르게 한다는 점이 매력이 넘친다. 단어와 단어, 글자와 글자, 행과 행 사이에 깃든 화자의 감정들을 헤아려 본다면 다소 난해하게 다가오는 시와 한결 가까워질 수 있다.
이희우 문학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동시대 연인 혹은 친구 관계에 대한 일상적 묘사로도 읽을 수 있고, 자신의 소외와 분열을 마주한 주체의 내적 현실을 은유하는 것으로도 읽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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