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림 그릴 수 있고 그림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면서 이웃들과 소통하게 됐어요.”
문화예술의 도시 부천의 오래된 골목과 지역 명소, 사라져 가는 건물들을 회원들의 시선으로 재조명하며 부천 곳곳을 찾아 그 모습 그대로 그림으로 표현하는 미술동아리 부천어반스케치의 최외순 리더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다.
부천어반스케치는 ‘일상이 여행이 되는 스케치’를 주제로 누구나 함께 모여 창작활동을 하는 미술동아리 단체다.
그림 관련 전공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림을 그려본 적 없는 사람들이다. 회원은 어느덧 250여명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많은 사람이 입소문을 타고 그와 함께 매주 수요일 그림을 그린다.
회원은 20대부터 8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지만 어반스케치를 통해 그림으로 대화가 통한다. 많은 사람이 그림을 그리면서 소통하고 마음을 치유한다.
그는 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이웃 시민들과 함께 부천 도시 풍경을 하나하나 한 폭의 그림으로 기록하고 있다.
최 리더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2019년 4월 사랑하는 아이의 암 선고 후 방사선 치료를 앞두고 하루하루 아이에 대한 걱정과 스트레스 속에서 생활하다 어느 날 우연히 해바라기를 봤고 그 꽃을 그리게 됐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잠시 잊게 되면서 아이와 대화할 매개체가 생겼고 정서적 안정감까지 느꼈다. 그 해바라기는 그의 첫 작품이 됐다.
처음 그려진 그림이라 남 보기에 예쁘게 그려진 해바라기는 아니지만 그 그림에 힘을 얻은 다음 날 바로 스케치북과 필기구를 사 매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작은 스케치북과 물, 붓을 들고 하루 동안 다녀간 음식점이나 카페 등을 기록한다. 또한 풍경을 그리기도, 음식을 그리기도 한다.
최 리더는 “이젠 딸이 같이 그림을 그린다. 그린 그림을 서로 보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때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그림에 대한 주변 반응이 좋아 무언가를 함께하기 위해 ‘반려견을 그려드린다’라는 메시지를 올려 희망자에게 반려견을 무료로 그려줬다.
그렇게 모인 작품이 800여점이다. 작품이 하나하나 늘면서 최 리더의 그림 실력도 나날이 좋아지게 됐다.
특히 그림으로 정서적인 치유와 안정을 얻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림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함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들을 코로나가 잠잠해진 작년 4월께부터 모았다.
최 리더는 “우리 모임을 통해 그림 그리는 행위에 집중하면서 그 순간에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힐링을 하기 바란다”며 “그림을 그리면서 교류가 없었던 가족들과 다시 소통하는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뿌듯하다”고 말했다.
또 “부천 현재의 삶을 그림으로 기록해 먼 훗날 한 시대를 기억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앞으로는 부천의 재개발 예정지역을 찾아 지금 모습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개발 후에는 사라질 공간과 풍경을 우리의 기록으로 남겨 두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천어반스케치는 지난해 7월 첫 모임을 시작으로 그해 11월 부천평생학습축제에 참여했으며 현재 부천어반스케치밴드와 오픈 채팅을 운영 중이다.
매주 수요일 주간 모임과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월 정기모임을 진행하고 있으며 ‘걸으며 그리고 기록하는 부천어반스케치 미술동아리’는 오늘도 또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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