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고립·은둔 청년 54만명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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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키코모리(hikikomori)’는 ‘틀어박히다’는 뜻을 나타내는 일본어 ‘히키코모루’의 명사형이다. 사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방이나 집 등 특정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거나 나가지 못하는 ‘은둔형 외톨이’를 일컫는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사이토 다마키가 2005년 자신의 저서를 통해 최초로 소개했다. 사이토는 히키코모리를 장애나 질병이 아닌, 다양한 사회·개인적 요인들에 의한 상태로 봤다.

 

일본 후생성은 ‘가족들을 포함해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는다’ ‘낮에 잠을 자고, 저녁에 일어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에 몰두한다’ ‘자기 혐오, 상실감 등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 ‘부모에게 자주 신경질을 내고 심하면 폭력을 행사한다’ 등의 증상을 6개월 이상 보이는 사람을 ‘히키코모리’로 분류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책임감이 주어지는 청소년부터 젊은 성년의 시기에 히키코모리가 된 사람은 사회로 복귀 못한 채 중년이 되기도 한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19∼34세 청년 가운데 고립 청년 비율은 2021년 기준 5.0%다. 100명 중 5명이 타인과의 의미있는 교류 없이 사실상 사회에서 고립된 청년이라는 것이다. 2021년 전체 청년 인구(1천77만6천명)에 적용하면, 고립 청년 수는 53만8천명에 달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립 청년들은 삶의 만족도가 낮았다. ‘매우 불만족’과 ‘불만족’ 응답률이 44%였다. 또 고립 청년의 절반 이상(53.1%)은 지난 일주일간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청년층의 고립·은둔은 가정과 사회가 나를 부정한다는 생각에 회피하고 숨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무섭다’ ‘세상에 내 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청년들이 방에 틀어박히게 만드는 요소를 제거해 안정감을 갖게 지원해야 한다. 전국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고립·은둔의 장기화를 막기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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