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만 해도 동네에 스몰비어 매장이 4개였는데…지금은 저희 빼고 다 사라졌죠.”
성남시 중원구에서 ‘압구정 봉구비어’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014년 3월 처음 가게 문을 열었다. 소규모로 운영하면서도 저렴한 맥주와 안주를 강점으로 내세워 손님을 끌어모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A씨의 희망찬 미래에는 이내 ‘먹구름’이 드리웠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쟁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프랜차이즈, 비(非)프랜차이즈 할 것 없이 ‘봉구비어’ 컨셉을 따라하는 생맥주 가게가 늘어났고, 조그만 동네에 어느새 스몰비어 매장만 4개가 됐다.
개업 후 3~4년이 지났을까. 그는 스몰비어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그 시점부터 실제로 주변 스몰비어 매장들은 하나 둘 씩 문을 닫았다. 그렇게 9년이 지난 지금 동네에 살아남은 건 A씨 매장 단 한 곳 뿐이다.
그는 “2014년 봄에 개업한 뒤 가을이 왔을 때 쯤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였다. 봉구비어 같은 스몰비어 매장은 특별한 안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소규모로 누구나 운영할 수 있어 유사 매장이 지나치게 많았다”며 “그러다 보니 손님들이 너무 빨리 스몰비어에 대한 피로감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이른바 ‘생맥주의 계절’이 도래한 가운데 저렴한 생맥주와 안주를 강점으로 내세웠던 ‘스몰비어’가 자취를 감춘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걷던 스몰비어는 왜 사라졌을까?
27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스몰비어의 대장 격인 ‘압구정 봉구비어’의 전국 가맹점 수는 2017년 473개에서 2022년 246개로, 5년 사이 절반가량의 가맹점이 문을 닫았다. 같은 기간 경기도내 가맹점 수 역시 89개에서 40개로 반토막 났다.
‘용구비어’ 역시 2017년 163개에서 2021년 43개로 전국 가맹점 수가 급감했다. 특히 가맹본부의 재무상황 또한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용구비어는 2017년 4천만원 남짓의 당기순이익을 낸 뒤 4년 후 무려 2억7천여만원의 당기순손실 기록했다. 이 외에도 청담동말자싸롱, 봉쥬비어, 상구맥주 등 다수의 스몰비어 업체 역시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시장 내 유사 브랜드의 포화와 새 것을 추구하는 소비 심리가 결합돼 발생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스몰비어는 한 때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각광 받았지만 유사 브랜드로 시장이 포화됐고, 소비자들의 흥미와 만족감이 줄어들게 됐다”며 “여기에 더해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는 소비심리도 반영되며 스몰비어 업계의 몰락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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