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은행·공인중개사에 발등" 인천 전세사기 공판 피해자 직접 증언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가 최근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의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 등 전세사기 일당의 엄중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박귀빈기자

 

인천 미추홀구 등에서 발생한 전세사기는 공인중개사의 적극적인 가담과 은행의 불성실한 심사가 이 같은 사태를 야기했다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나왔다.

 

31일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 심리로 미추홀구의 빌라 161가구를 상대로 430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부동산실명법 위반 등)를 받고 있는 ‘건축왕’ A씨(61) 등에 대한 4차 공판에서 피해자 9명이 직접 법정에 서서 증언을 했다. 앞서 A씨의 변호인이 수사기관에서 제출한 피해자들의 심문조서 등을 증거물로 채택하지 않아, 피해자들이 이날 증인 심문을 받은 것이다.

 

이날 피해자 B씨는 “전세계약을 맺을 당시 공인중개사는 1억원의 보증금에 대해서만 말했을 뿐, 1억2천840만원의 근저당 설정은 스치듯 이야기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근저당 설정이 불안했지만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부자고,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혹시 문제가 생기면 직접 보상하겠다’ 등의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집주인 A씨도 못봤고, 공인중개사의 말만 믿고 계약을 했다”며 “이럴 줄 알았음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피해자 C씨는 “보증금 7천500만원을 내려고 은행에 청년전세대출을 받으러 갔는데, 대출 심사 과정에서 선순위 근저당권 설정으로 대출이 어렵다는 말은 없었다”며 “은행에서 아무런 말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안심하고 전세계약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법정에서 피해자들은 한결 같이 공인중개사와 은행을 믿었다가 이 같은 피해를 봤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증언에 나선 피해자 D씨는 “공인중개사는 문제가 생기면 같이 책임져야 하고, 은행 대출도 안전해서 나오는 것이라고 속였다”며 “우리가 잘못한 것은 단지 공인중개사를 믿었던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는 최근 전세사기 의심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벌여 15명을 적발했다. 이 중 제대로 확인·설명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1명은 경찰에 수사의뢰하고 4명은 업무정지, 10명은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처분을 했다. 앞서 시는 올 초에도 자체 지도·점검을 통해서도 모두 114명의 공인중개사 불법 행위를 적발해 행정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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