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둔·고립 청년 증가, 경기도 차원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20대 ‘또래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수년째 외부와 고립된 채 살아온 ‘은둔형 외톨이’였다고 한다. 외부와 단절한 채 한정된 공간에 머무르며 사회활동을 스스로 차단하는 은둔형 외톨이는 경기 침체와 사회 공동체가 분리되면서 크게 늘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더 증가했다.

 

은둔·고립 청년들은 가족관계 단절이나 진학·취업 실패, 학교·직장 부적응 등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다. 이를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이 청년들은 각종 사회병리 현상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경제적 활력은 물론이고 국가의 미래 희망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9~34세 청년 중 고립·은둔 청년이 53만8천명(5.0%)에 이른다. 100명 중 5명이 사회에서 고립된 청년인 셈이다. 이들 고립 청년은 삶의 만족도가 낮았다. ‘매우 불만족’과 ‘불만족’ 응답률이 44%였다.

 

청년들의 은둔·고립의 장기화를 막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주요 선진국에서 사회 문제화된 은둔·고립 청년은 그동안 국내에서 정책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현재 관련 법이 없다. 지난해 김홍걸 의원이 대표발의한 ‘은둔형 외톨이 지원 법안’은 소관위원회 심사 문턱도 넘지 못한 상태다.

 

보건복지부가 얼마 전 은둔·고립 청년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지난해 지자체 중 처음으로 만 19~39세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올해 1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은둔·고립 청년은 12만9천명에 이른다. 서울시 청년인구의 4.5%에 달하는 수치다. 이를 전국 단위로 넓히면 61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의 해당 연령 인구는 지난달 372만3천797명이다. 서울시보다 28.8% 많다. 단순 계산 시 은둔·고립 청년이 서울시보다 경기도가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경기도는 은둔·고립 청년 관련 아무런 조치도 안 하고 있다. 근거 조례, 예산 미비 등을 이유로 실태조사도 안 해 규모도 파악 못하고 있다.

 

지난 1일 유호준 도의원(민주당·남양주6)이 대표발의한 ‘경기도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 조례안’은 2020년 제정한 ‘경기도 고독사 예방 및 사회적 고립가구 지원 조례’와 충돌, 상정도 안 됐다. 기존 유사 조례, 사업 간 충돌이 있다면 논의해 조정하면 된다. 경기도와 도의회는 실태조사와 지원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적 약자다. 그들이 은둔 상황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한다면 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공론화만 하고 지원책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표준화된 지원도 필요하고, 지자체 차원의 정책과 지원도 절실하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