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원 軍공항 이전 문제, 총선에 빨려 들어간다

정쟁화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데 이미 그렇게 됐다. 시작은 시의회 ‘막말 논란’이다. 국민의힘 배지환 의원의 질의였다. 경기국제공항유치시민협의회를 물었다. 협의회 임원 임기를 말했다. 계속 연임하는 것을 지적했다. 이 과정에 나온 말이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 협의회가 발칵 뒤집혔다. 회원의 삭발 항의까지 있었다. 회장인 장성근 변호사가 사의를 표했다. 도의원의 비난까지 가세했다. 완전히 정치 문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싸움이다.

 

형사 고소전까지 더해졌다. 협의회가 배 의원을 고소했다. 장 변호사도 별도로 고소했다. 정당이 충돌하고, 사건으로 비화했다. 왜 이렇게까지 될까. 주변에 이런 분석이 있다. 열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다. 협의회를 정치 관련 단체로 보고 있다. 배 의원의 질의의 배경으로 본다. 국민의힘이 이를 견제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원외 위원장들 요구가 배경에 있다는 수군거림도 들린다. 민주당 도의원이 ‘국민의힘 입장’을 요구하는 것도 그래서로 보인다.

 

협의회는 지난 2015년 발족했다. 앞서 2년의 준비 기간도 있었다. 공항 이전 관련 특별법이 통과된 게 2013년이다. 2014년에는 수원시가 군공항 이전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런 시민 열망을 담아 출범했다. 당시 명칭은 군공항이전수원시민협의회였다. 시 또는 정치권과 무관했다. 자발적으로 시작된 시민단체다. 이후 수원 정치권은 민주당 독주였다. 시장이 계속 민주당이었다. 시의회도, 국회의원도 민주당이 많았다. 국민의힘은 이 10년을 의심한다.

 

협의회 측은 펄쩍 뛴다. 명예 훼손이라고 강변한다. 형사 고소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무관함을 증명하려는 것일 수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한 인물이 있다. 현 회장인 장 변호사다. 수원지역 봉사 이력이 많다. 80년대 수원지검 공안 검사였다. 개업 이후 수원과 연고를 맺었다. 수원천 살리기 운동도 펼쳤다. 경기고등법원 추진도 했다. 회장을 직접 맡아 결과를 냈다. 협의회가 그를 택한 이유다. 그도 “나는 ‘보수 시장’ 때부터 봉사했다”고 한다.

 

정쟁이 오래갈 수도 있어 보인다. 불신이 깊고, 대응도 강하다. 그 중요한 분수령이 오는 23일이다. 협의회 총회가 열린다. 회장 사퇴가 거기서 논의된다. 분위기가 전해진다. 사의 번복을 요구하는 회원이 많다. 장 회장은 총의에 따른다는 입장이다. 회장직이 그대로 갈 가능성이 크다. 협의회 참여 단체를 대폭 늘리자는 의견도 있다. 오히려 몸집을 키우자는 주장이다. 이 경우 각 당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총선에 빠지는 군공항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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