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위험·부작용 설명 없이… 너무 쉬운 대리·무진료 처방 [약에 취한 대한민국 ①]

식욕억제제 등 약물 처방 성행
간호協 불법진료행위 설문조사... 절반 이상 “대리처방 해봤다”

(이미지는 해당 기사와 관련없음) 이미지투데이 제공

 

#승무원 면접 준비를 위해 꾸준히 식욕억제제를 먹고 있는 김수정씨(가명·20대·여)는 최근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쉽게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다는 병원 한 곳을 찾았다. 김씨는 해당 병원에 방문해 체중감량을 위해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으러 왔다고 하자 단 1분 만에 한 달 치 약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대기 시간이 길어 처방전만 받아가도 되냐고 묻자, 가능하다는 답변도 받았다. 김씨는 식욕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면서 지하철에서 쓰러졌던 경험도 있지만, 병원에서는 별다른 주의사항을 전달하지 않았다. 

 

#당뇨를 앓고 있는 박상우씨(가명·58)는 집 근처 종합병원에서 꾸준히 약을 처방받고 있다. 그러다 일이 바빠 병원에 가기 어려웠던 박씨는 아내에게 병원에 가서 처방전을 받고 약을 받아 달라고 부탁했다. 병원에 간 아내 A씨가 박씨의 가족이라고 말하며 처방전을 달라고 하자, 병원은 의사 진료 없이 처방전을 발급해 줬다. 가족임을 확인하는 어떤 신분 확인 절차도 없었다.

 

약물을 처방받는 데 있어 대리인이 처방을 받거나 간호사가 처방을 해주는 등의 무진료 처방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의료법에 따르면 대리인 처방은 환자의 의식이 없거나, 거동이 불편할 경우 환자의 직계존속·비속, 배우자 및 배우자의 직계존속, 형제·자매만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도 처방전 대리신청서를 함께 제출해야 하며, 대리수령자의 신분증과 환자와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하다.

 

간호사가 의사 대신 처방을 해주는 대리 처방(무진료 처방)은 불법이다. 의료법에 따라 의약품 처방은 직접 진료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만 할 수 있다. 간호사 대리 처방은 의사가 응급환자를 진료 중이거나 환자를 수술하고 있는 상황 등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같은 대리 처방이나 무진료 처방이 성행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가 지난 5월19~23일 ‘불법진료 신고센터’를 운영해 불법진료행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 간호사 1만2천189명 중 6천876명이 의약품 처방 등 대리처방(무진료 처방)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해당 행위를 목격했다는 응답자도 2천528명에 달했다.

 

이와 관련, 이정근 경기도마약퇴치운동본부장은 “현재로서는 대리 처방과 무진료 처방은 의사 개인의 윤리적인 판단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처방되는 약물들은 처방 이후 개인간 거래로 판매되기도 하는 등 불법에 연루되기도 한다. 정부 차원에서 처방 단계부터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등 국민들이 약물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감시역할을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클로즈업팀

 


※ K-클로즈업팀은 경기도 곳곳의 사회적 이슈 중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하는 동시에, 소외되고 외면 받는 곳을 크게 조명해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며 개선 방향을 찾아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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