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도 장마 기간에 역대급 폭우가 내릴 것이라 한다. 기상청은 기후변화로 국지성 폭우가 내리는 데다 엘니뇨로 인해 강수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지하에 사는 서민들은 벌써부터 걱정과 불안이 가득하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해 8월, 서울 반지하 주택이 침수돼 4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경기도내 피해도 심각했다. 산사태와 도로 파손에 반지하 주택 4천5가구가 침수돼 80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와 최대 4천31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와 각 지자체가 ‘반지하 퇴출’을 선언했다.
다시 장마철이 코앞인데, 침수 대책은 미흡하기만 하다. 경기도 등 지자체들은 침수 피해가 극심했던 반지하 주택에 대해 6월 전까지 침수 방지시설 설치를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장 실태만 조사하고 이후 조치는 안 해 무방비 상태다.
도내 31개 시·군의 반지하 주택 수는 8만7천914가구에 이른다. 이 중 재건축을 앞두고 있거나 비교적 고지대에 위치해 침수 피해 위험이 적은 가구를 제외한 8천여가구는 위험하다는 진단이다. 실제 피해 이력이 있거나 위험이 커 시설 설치가 시급하다고 분류된 곳이다.
침수방지를 위해선 ‘물막이판’과 ‘역류 방지시설’ 설치를 해야한다. 집중호우로 인해 빗물이 저지대 주택가로 차오르는 것을 일시 차단하고, 주택 내 하수구나 화장실에서의 역류를 막아야 한다. 그런데 물막이판, 배수펌프 등 침수방지 시설 설치를 신청한 가구는 8천여가구 중 4천588가구로 절반 정도다. 설치가 완료된 반지하 가구 수는 510여가구에 불과하다.
황당한 것은, 일부 집주인들이 집값이 떨어질까 봐 침수방지 시설 설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해 발생 또는 우려 주택이라고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것인데, 집주인의 욕심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도는 재난관리기금 68억3천만원을 사업비로 책정해 놓고도 제때 집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수해 대비책인 풍수해보험 가입률도 낮다. 올 상반기 도내 주택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25% 수준이다. 특히 반지하, 저지대 등 ‘재해취약지역’으로 분류된 주택은 1만229가구 규모지만 이들 주택의 보험 가입 여부는 집계도 안 되고 있다. 주택 풍수해보험은 정부와 지자체가 가입비의 70% 이상을 지원하고, 재해취약지역은 100%를 지원하는데도 홍보가 안 돼 가입률이 저조하다.
침수 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집중 폭우가 내리면 그 피해가 엄청날 것이다. 저지대와 취약가구가 거주하는 반지하부터 시설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 침수 예방 대책부터 관련 경보와 비상대피 매뉴얼까지 전반적인 재난 대비 태세를 신속히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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