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 응급실 진료 거부 711건... ‘뺑뺑이’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 말 경기도에서 이해 못할 응급실 뺑뺑이가 있었다. 용인시에서 새벽 시간 후진 차량에 치인 70대 노인이 응급 수술을 할 병원을 찾지 못해 2시간 넘게 헤맸다. 병원 12곳에 치료를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 ‘병실이 없다’, ‘전문의가 없다’ 등의 이유였다. 이 환자는 결국 사고 현장에서 100㎞나 떨어진 의정부성모병원까지 이동해야 했다. 도착했을 때는 사고 발생 138분이 지난 뒤였고 이미 숨진 상태였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응급실 뺑뺑이다. 어느새 아이들도 그 뜻을 아는 신조어다. 그런데 인천에서도 이 같은 응급실 진료 거부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인천지역에서 지난 3년 동안 대형병원 응급실 앞에서 진료 거부를 당한 사례가 711건에 이른다고 한다. 인천소방본부의 ‘2020~2022년 인천 21개 의료기관별 119 응급환자 접수거부 실태조사’ 자료다. 사유별로는 병상 부족 206건, 전문의 부족, 153건, 의료 장비 고장 15건 등이었다. 사유 파악이 불가한 진료 거부도 306건, 43%를 차지했다. ‘묻지 마 거부’도 있다는 말인가. 이들 병원은 연간 수억원씩의 응급실 운영비를 지원받는다. 그런데도 급한 환자에 대해 1차적인 조치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응급실 평가에서는 이들 상당수 병원이 A등급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인천에서 골든타임 안에 응급실에 도착하지 못하는 응급환자도 증가 추세다. 지난 2020년 인천 응급환자의 ‘30분 이내 도착률’은 75.2%였다. 그런데 지난해는 57.2%로 뚝 떨어졌다. 국립중앙의료원의 ‘2021년 발병 후 30분 이내 응급실 도착률 조사’에서 인천은 고작 5.9%였다. 전국 8대 도시 중 7위다. 또 지난 2020~2021년 인천에서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한 응급환자는 2천105명, 도착한 뒤 사망한 응급환자는 3천559명이었다.

 

인천시는 의사가 구급차에 동승하는 방안을 정부에 적극 건의할 것이라고 한다. 또 응급조치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병원과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주거나 인공지능 앰뷸런스 도입도 검토한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지난 3월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여학생이 응급실을 못찾아 끝내 숨진 사건을 겪었다. 그 결과 실효성 있는 응급실 전산시스템을 만들었다. 각 병원이 가용한 의료진, 병상정보를 이 전산망에 올린다. 여기에 구조대원들이 응급환자 상태를 입력하면 수용 가능한 병원이 바로 나온다. 급한 와중에 119 구조대가 여기 저기 전화를 걸어 수소문하는 방식부터 우선 바꿔야 한다. 응급실 뺑뺑이가 이제는 남의 동네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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