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부합 판정도 삼킨 오염수 괴담… 수산업계엔 ‘독약’

IAEA “방류 문제없어”… 과학적 발표 불구 소비 ‘뚝’
수산시장 손님 끊기고 양식장은 출하량 대폭 감소
수산업계 “어민들 생존권 위협… 소모적 논쟁 멈춰야”

5일 오후 화성시 궁평항 부둣가에 걸린 현수막에 “원전오염수 불안감 조성, 우리 수산업 위협한다”고 적혀 있다. 전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주현기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기준에 부합해 방류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이 새 국면을 맞았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내 양식장과 수산시장에선 이미 확산된 ‘오염수 괴담’으로 인해 수산물 소비가 줄면서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IAEA는 지난 4일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한 포괄적 평가를 담은 종합보고서를 발표하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같은 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2년간에 걸쳐 평가를 했고, 적합성은 확실하다. 기술적 관점에서 신뢰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과학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그간 널리 퍼진 ‘오염수 괴담’으로 소비자들이 수산물 소비를 기피하면서 도내 양식장과 수산시장에선 ‘비명’이 흘러나오고 있다.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성민호씨의 새우 양식장 모습. 김정규기자

 

화성시 서신면에서 흰다리새우 양식을 하는 성민호씨(48)는 이번 달 말 새우 출하를 앞두고 ‘울며 겨자먹기’로 성어(成魚)의 출하 물량을 대폭 줄일 계획이다. 평년 같았으면 미끼용 새우와 성어의 출하 비율이 2대8 정도는 됐지만, 올해는 7대 3까지 조정할 예정이다. 양식장은 소독한 바닷물과 지하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오염수’와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이미 ‘오염수 괴담’이 광범위하게 퍼져버린 탓이다.

 

성씨는 “무턱대고 지난해와 같은 물량으로 성어를 출하하게 되면, 다 팔지도 못하거나 낮은 가격에 넘길 수밖에 없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으로 아무런 잘못 없는 어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화성 탄도항 내 회센터의 모습. 김정규기자

 

도내 수산시장에도 ‘오염수 괴담’의 여파가 미치긴 마찬가지였다. 이날 탄도항 회센터에는 적막이 감도는 상태였다. 수산물을 구매하러 온 손님들이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상인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이 야기한 소비 위축으로 장사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했다. 탄도항 회센터 상인 김모씨(65)는 “과학적으로 오염수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판명이 났지만,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며 “30년 넘게 장사를 했지만, 이렇게 장사가 안되긴 처음”이라고 말했다.

 

수산업계에선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오염수 괴담’에 대한 소모적 논쟁을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성호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장은 “오염수에 대한 국민적 불안으로 인해 4개월 전부터 수산업계에선 피해를 보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한번 수산물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 수산업뿐 아니라 농업 등으로도 소비 위축이 확산되기 때문에 더 이상 ‘오염수 괴담’으로 인한 논쟁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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