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부실로 인한 과태료를 N빵?”… 수원 오피스텔, 입주민에 과태료 전가 ‘황당’

장애인 주차장에 공사 기자재 적재... 신고당하자 입주자에 납부 부담
“오피스텔측 관리 부실” 지적에... “공사업체가 과태료 납부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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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특례시 영통구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 “입주민 신고로 청구된 과태료를 입주민 관리비로 충당하겠다”는 취지의 공지문이 부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해당 공지문.  김기현기자

 

“오피스텔 관리 부실로 청구된 과태료를 입주민보고 내랍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네요.”

 

수원특례시 영통구 소재 A오피스텔에 거주하는 B씨는 최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던 중 기상천외한 공지문을 목격했다.

 

“알림. 주차장 바닥공사를 하기 위해 잠깐 장애인 주차장에 방수재료를 쌓아 놨는데, 어느 무례한 입주민의 신고로 벌과금을 부과 받게 됐습니다. 이 모든 벌과금은 입주민 여러분의 관리비로 부과(충당)하게 되오니, 이런 신고는 하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야말로 기가 막혔다. 사정이 어찌 됐든 분명 오피스텔 측 관리 부실로 빚어진 문제인데, 공사와 아무런 관계없는 입주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시도로밖엔 안 보였기 때문이다.

 

B씨는 “결국 관리비 인상을 통해 추가로 거둬들인 금액으로 벌과금을 충당하겠다는 속셈”이라며 “대체 왜 입주민들이 피해를 봐야하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다른 입주자들 역시 공지문에 ‘이걸 왜 관리비로’, ‘장애인 주차공간을 막은 업체가 납부해야죠’ 등 항의성 글을 적는 등 황당하다는 반응을 자아냈다. 공지문은 현재 제거된 상태다.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오피스텔 지하주차장 바닥공사가 한창인 날이었다.

 

당일 작업을 마친 시공업체는 미리 가져다 둔 바닥 마감재를 둘 곳이 마땅치 않자 주차장 일부분을 보관 장소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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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수원특례시 영통구 소재 A오피스텔 지하주차장 장애인 주차구역에 쌓여 있는 공사자재. 공지문 일부 발췌

 

문제는 보관 장소가 장애인 주차구역이었다는 점이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당시 해당 장애인 주차구역 1개면 절반 정도를 3단으로 쌓인 원형 페인트통 수십개가 차지하고 있었다.

 

결국 같은 날 오후 9시10분께 안전신문고를 통해 익명의 신고가 접수됐고, 관할 지자체인 수원특례시는 지난달 초 A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 과태료 부과 사전 통지서를 발송했다.

 

위반 사항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로, 사전 통지 기간 종료일은 이달 말까지다.

 

과태료는 원래 50만원이지만 사전 통지 기간에 자진 납부할 경우엔 20%를 감경 받아 최종 40만원이다.

 

장애인등편의법 제17조와 제27조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는 장애인주차구역을 설치하고, 불법주차 및 주차방해 행위 등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B씨는 “장애인 주차구역은 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마련한 공간 아니냐”며 “관리는 분명 오피스텔 측 몫인데, 곤경에 처하니 입주민들 책임으로 돌리려는 모양새가 너무 안 좋다”고 지적했다.

 

이정도 법무법인 참본 변호사는 “오피스텔 측이 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아 발생한 상황으로 판단된다”며 “더욱이 오피스텔 측이 입주자에게 과태료 납부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전혀 없다.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A오피스텔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공사업체가 과태료 납부를 마친 상태”라며 “더 이상 설명할 의무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A오피스텔은 1개동(지하 5층~지상 20층, 666세대·근린생활시설)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로, 지난 2017년 9월 준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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