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인천에서 4거리 등에 내걸린 정치 현수막들을 떼내는 작업이 벌어졌다. 인천 연수·남동·중구가 전국 처음으로 강제 집행에 나선 것이다. 길을 가던 시민들도 반겼다고 한다. “말끔해진 거리를 다시 보니 속이 다 후련하다.” 최근 인천의 정치 현수막을 헤아려 보니 560개에 달했다. 어느 곳에서는 철거반이 나타나기도 전에 정치 현수막이 자취를 감췄다. 자진 철거한 것이다. 그들도 시민들이 정치 현수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일부 정당은 정치 현수막 철거에 대해 고발을 검토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 너덜너덜한 현수막들을 되찾아 다시 내걸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이제 시민들도 익히 아는 정치 현수막 사태는 국회에서 비롯했다. 지난해 말 저희들끼리 슬그머니 옥외광고물법을 바꿔 놓았다. 정당이 내거는 현수막은 지자체가 아무런 제재를 못하도록 했다. 언제, 어디에든, 몇개이든 간에 맘대로 내걸어도 괜찮다는 법이다. 명분도 내걸었다. 일상에서 정당활동을 활성화해 정치문화 발전을 기한다. 그래서 정치 현수막은 별도의 신고·허가·금지를 뛰어넘도록 했다.
결과는 어떠했는가. 지난 연말부터 갑자기 각 정당이 내건 현수막들이 거리를 도배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제한이 없으니 시민들 눈을 가리고 길을 막을 지경이었다. 급기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는 한 여학생이 정치 현수막 줄에 목이 걸려 넘어졌다. 소상공인들은 이들 현수막에 간판이 가려 장사를 못할 지경이라고 원성을 터뜨렸다.
지자체들이 먼저 방도를 찾기 시작했다. 세종시는 올해 초 ‘정치 현수막 지정 게시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시민들이 싫어하는 정치 현수막을 어디 한곳에 모아 놓자는 것이다. 인천시 등 여러 지자체가 옥외광고물 관련 조례 개정으로 대응하려 했다. 지난달 바뀐 인천시 조례는 정치 현수막은 군·구의 지정게시대에만 걸도록 했다. 국회의원 현수막도 4개 이하로 제한했다.
일부 정당이 정치 현수막 철거가 상위법 위반이라며 반발한다. 그래서 인천 일부 군·구들은 그들 눈치를 살피는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미 국회는 지난 4월 옥외광고물법 개정을 발의해 놓았다. 그러나 그뿐이다. 보나마나 내년 총선까지는 질질 끌기만 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엉터리 법을 그냥 고수하려 드니 나오는 상위법 위반 논란이다. 인천시는 시민들 기본권을 해치는 정치 현수막 규제는 정당한 자치활동이라는 입장이다. 어떤 이는 악법도 법이니 지켜야 한다고 한다. 다른 것이라면 몰라도 이건 아니다. 무소불위의 현수막 특권만큼은, 그냥 악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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