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 살인사건 '계획 범행'...흉기 훔치고 택시 무임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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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신림역에서 흉기를 마구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씨가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경찰이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을 '계획된 묻지마 범죄'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피의자 조모씨(33·구속)가 범행 10분 전 흉기를 훔친 후 택시를 타고 신림역으로 이동해 범행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2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경찰 수사 결과 조씨는 지난 21일 낮 12시3분 주거지인 인천에서 택시를 타고 낮 12시59분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할머니 집에서 내렸다.

 

오후 1시57분 조씨는 인근 금천구 독산동 한 마트에서 흉기 2개를 훔쳐 다시 택시를 탔다. 오후 2시7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근처에 도착한 조씨는 훔친 흉기로 범행을 저질렀다. 흉기 한 개는 택시에 놓고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4번 출구에서 80여m 떨어진 상가골목 초입에서 20대 남성을 10여 차례 찔러 살해한 후, 골목 안쪽으로 이동해 30대 남성 3명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네 번째 범행까지 걸린 시간은 3∼4분 남짓이다.

 

그는 첫 범행 6분 만인 오후 2시13분 인근 스포츠센터 앞 계단에 앉아 있다가 현행범 체포됐다.

 

조씨는 20∼30대 남성을 상대로 범행한 이유와 관련, "성별을 가리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림역 번화가를 범행 장소로 택한 까닭에 대해선 "사람이 많은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씨가 신림동으로 이동하며 두 차례 모두 택시 요금을 지불하지 않은 만큼 택시기사들을 상대로 조씨 범행 직전 행적을 조사하는 한편, 조씨에게 절도와 사기 혐의를 추가 적용할 계획이다.

 

또 경찰은 조씨가 체포 직후부터 진술을 수차례 바꿔 사실 여부를 가리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은 조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범행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자세한 범행 동기를 계속 수사 중이다.

 

앞서 그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 "할머니가 '왜 그렇게 사느냐'고 꾸짖어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복용했다고 말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경찰은 마약 간이시약 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오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조씨 모발을 정밀 검사해달라고 의뢰한 상태다.

 

한편 조씨는 13년 전에도 신림동 술집에서 일면식 없는 사람을 폭행해 처벌받은 전력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보험 사기로 벌금형 처분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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