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사회' 김병준 감독 “욕망과 탐욕의 위험사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질문”

올해 열린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국내작품 경쟁인 ‘코리아 판타스틱:장편’ 부문의 감독상을 수상한 김병준 감독을 경기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김다희PD

 

탐욕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이가 있다. 올해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국내 작품 경쟁인 ‘코리아 판타스틱: 장편’ 부문의 감독상을 수상한 김병준 감독(47) 이야기다.

 

영화제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던 순간의 감정을 묻자 그는 “초청받은 것도 믿기지 않았는데, 감독상을 탔다는 것은 더 현실감이 없었다”며 “작품을 만들어도 세상에 선보일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인데 영화제서 관객과 만날 기회를 마련해줘 감사할 뿐”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영화 개봉이란 결과물이 요원하지 않아 이곳저곳 흩어졌던 스태프와 배우가 다시 한마음으로 뭉치는 단합의 계기가 됐다. 뿐만 아니라 해외 영화제에서 관심을 받는 행복한 일도 있었다. 

 

김병준 감독에게 감독상이라는 영광을 가져다 준 영화 <위험사회> 스틸컷.

 

영광을 가져다 준 영화 ‘위험사회’에 대해 김 감독은 ‘사랑에 실패한 도박중독 남성’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번듯한 아파트에서 사랑하는 여인 하림과 행복하게 살고 싶던 주인공 영길은 강원도에 위치한 카지노에 발을 디디며 붕괴된다. 그의 작품은 심사위원에게 ‘돈이 절대가치가 된 우리 사회 자화상을 섬세하게 드러낸 작품’이란 평가를 받았다.

 

김 감독은 2000년대 초반, 탐욕이 통제되지 않던 시기의 정서를 영화로 기록하고 싶었다고 했다. 유혹에 빠지기 쉬운 위험한 사회 모습을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고 이를 통해 경각심을 주려는 의도다. 

 

그는 시간이 흘러 중독의 형태는 달라졌어도 비트코인, 주식투자 등 탐욕의 세계는 여전히 존재하며 돈이 절대가치인 자본주의는 더욱 우리를 유혹에 빠뜨릴 위험한 환경을 조성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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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은 영화 <위험사회>가 제작되던 현장의 모습. 김병준 감독 제공

 

김 감독은 “이 사회는 인간의 본성인 탐욕을 부추기는 곳이란 걸 자각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영화 곳곳에 희망의 메시지를 배치했다. 주인공 영길에게 차비와 일감, 따뜻한 집과 밥을 주는 마을 토박이 할아버지와 손녀에게서 자본주의 사회에 대비되는 자연과 그 속의 ‘유대감’을 전했다.

 

사실 저예산 독립영화의 환경은 녹록지 않았고 ‘위험사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2020년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해 제작지원을 받았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이듬해 경기콘텐츠진흥원의 ‘경기도 다양성영화 제작투자지원 사업’에 선정된 것은 영화를 이어갈 큰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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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은 영화 <위험사회>가 제작되던 현장의 모습. 김병준 감독 제공

 

김 감독은 “당시 많이 지쳐 있었다. 많은 이들이 ‘과연 영화를 끝까지 완성할 수 있을까’ 의문을 제기했다”며 “하지만 경콘진의 심사위원들은 ‘이 영화가 다른 이에게도 여전히 의미가 있는 영화구나’라는 걸 내게 일깨워줬고 제작비 지원과 함께 영화를 이어갈 계기가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제 그는 후반 작업을 통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개봉에 나설 배급사를 기다린다. 

 

그는 “갈수록 영화 산업이 어려워져 많은 이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조차 시작하지 못해 불안해 한다”며 “존재의 공허함을 채우면서도 재미와 의미가 담긴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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