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지역 스토킹 신고 ‘수천건’…피해자 보호시설은 ‘0곳’

피해자 보호법 시행 ‘무용지물’... 긴급·임대 형태 거처 1곳도 없어
道 “권역별로 총 5곳 설치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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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연수구 연수동에 사는 A씨(30대)는 남자친구 B씨(30대)의 데이트 폭력으로 헤어졌다. 하지만 B씨는 헤어진 후에도 A씨에게 지속적으로 위협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집으로 찾아오기까지 했다. A씨는 B씨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역부족이었다. B씨가 A씨의 집 근처에 숨어있다가 A씨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이후 법원은 B씨에게 A씨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의 집 주소를 알고 있는 B씨가 혹여 찾아와 보복이라도 할까 매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스토킹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이 시행된 지 2주가 지났지만 경인지역 피해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보호 시설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는 지난 18일부터 시행된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에 따라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보호시설인 피해자용 임시거처를 운영해야 한다. 임시거처는 ‘긴급 주거지원’과 ‘임대주택 주거지원’ 등 두 가지로 나뉜다. 

 

긴급 주거지원은 스토킹 신고 후 피해자가 급하게 가해자로부터 피해야 할 때 7일 안팎으로 이용 가능한 단기시설로 원룸이나 오피스텔 형태로 제공된다. 임대주택 주거지원은 피해자가 이사 등을 준비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기본 3개월 머무를 수 있다. 

 

하지만 경기도와 인천시엔 이 같은 스토킹 피해자 임시거처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긴급 주거지원을 마련한 곳은 서울, 경남, 충남, 전남, 부산 등 5곳이며 임대주택 주거지원 시설을 제공하는 지역은 대전, 강원, 전남, 부산 등 4곳이다.

 

특히 경인지역 스토킹 신고 건수는 매년 수천건 접수되고 있어 피해자 보호를 위해 보호시설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지난 2021년 10월21일 스토킹 처벌법 시행 후 경기지역 스토킹 신고 건수는 2021년 1천924건에서 2022년 7천525건으로 늘어났다. 인천지역 역시 2021년 1천310건에서 2022년 2천192건으로 늘어났으며 올해 6월까지 1천285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스토킹 피해자 거주 지역에 전용 임시거처가 없는 경우 피해자는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피해자들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스토킹 피해자가 머무르기에 부적합하다고 말한다.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은 가해자가 시설 위치를 알아내는 것을 막기 위해 휴대전화 사용 금지 등 외부 접촉이 차단돼 있다. 스토킹 피해자의 경우 신고 후 생활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고립된 시설에는 머무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내 임시거처는 권역별로 총 5곳에 설치될 예정”이라며 “현재 LH와 임시거처 마련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인천시 관계자도 “여성가족부에 예산을 요청해 빠른 시일 내 보호시설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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