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시설 이용 두고 현장 '시끌'...왜? [집중취재]

6일 수원특례시 장안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내 수유실. 황아현기자

 

'세계 모유수유의 주간'인 8월 첫 주(1~7일).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UNICEF)는 유엔총회의 '모유수유의 보호, 권장 및 지지에 관한 이노첸티선언' 채택을 기념하고자 이 같은 기간을 지정했다. 이 가운데 최근 인구 절벽 시대로 접어들며 육아 부담 완화와 저출생 극복 방안 중 하나로 '공동 육아'가 강조되면서, '아빠 육아'의 중요성도 크게 여겨지는 추세다. 하지만 일부 공동 육아를 위한 시설 등 현장에서 인식 부족으로 인한 혼선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모유수유의 주간을 맞아 일상에서의 ‘공동육아 현실’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아빠·엄마 모두 쓸 수 있는 줄 알았는데”…육아 활동에 편리한 ‘수유시설’에서 혼선이?

 

6일 오후 1시께 수원특례시의 한 대형마트 3층. 매장 내부로 이어지는 입구로 가는 통로 반대편 한 쪽엔 화장실로 이어지는 좁다란 복도가 있었다.

 

복도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왼쪽 한 켠 작은 공간이 보였다. 수유실이었다. 입구 앞 갓난 아기를 안은 한 남성이 난감한 표정으로 멈춰 서 있었다. 정모씨(33)였다. 그는 벽에 붙은 안내 문구를 응시하고 있었다. ‘남성 고객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

 

휴가 기간 가족 캠핑을 떠나기 전 필요한 물건을 사고자 마트에 들렸다는 그는 “아내와 함께 아래층에서 장을 보다가 아들 기저귀를 갈아줘야 해서 수유실에 왔는데, 아빠는 출입할 수 없다고 써 있어 당황스럽다"며 “아빠, 엄마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인 줄 알았는데, 이럴 거면 처음부터 아내한테 오라고 할 걸 그랬다”고 불평했다. 

 

일부 현장에선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296만여 명의 회원 수를 보유한 한 대형 네이버 맘카페에선 지난 4월 '모유수유실 남성출입'이란 제목의 게시글이 게재됐다. 남편, 아이들과 함께 용인시 에버랜드를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어 다른 이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 글을 적게 됐다는 그는 "7개월된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러 들어간 모유수유실 입구엔 '남성 및 어린이 출입을 삼가한다'는 내용의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자석으로 된 자바라문으로 구분된 개별 공간에 앉아 수유하던 중 수유실 내 남성 목소리가 들렸고, 혹시나 실수라도 문을 열까봐 서둘러 마무리 하고 나오자 맨 앞 칸에서 남성분이 문을 열고 아이 분유를 먹이고 있었다"며 "남성분께 모유수유실이라서 남성 출입은 안된다고 하자 '(금지가 아닌) 삼가라고 쓰여있지 않냐'며 되물었고, 아내 분은 나갈거라고 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남성 분은 문을 닫곤 한참동안 나오지 않았고 다른 엄마들이 불편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맘에 베이비서비스실에 불편사항접수 번호로 연락해 직원을 부른 뒤에야 나왔다"면서 “이 과정에서 남성 분은 '무엇을 잘못했냐'며 제게 욕설을 했고, 이에 경찰까지 불러야 했다”고 덧붙였다.

 

◆ 가족수유실과 모유수유·착유실, 뭐가 달라?

 

최근 인구 절벽 시대로 접어들며 육아 부담 완화와 저출생 극복을 위해 ‘공동 육아’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정작 이를 위해 마련된 시설 중 하나인 수유실의 일부 현장에선 혼선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수유정보알리미’에 따르면 수유시설은 국내 3천 곳이다. 이중 경기도는 전체 638곳(21.2%)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다.

 

문제는 수유시설은 용도와 이용 대상 등에 따라 구분되는데,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시설 이용자들간 혼선이 일고 있단 거다.

 

보건복지부와 인구보건복지협회가 권고하는 ‘수유시설 관리 표준 가이드라인’을 보면 수유시설은 ▲이용 대상 ▲용도 ▲이용 인원 ▲공간 기준에 따라 크게 '가족수유실'과 '모유수유·착유실'로 나눠진다.

 

가족수유실은 15㎡ 공간으로, 아빠를 포함한 4인(1가족)이 수유·기저귀 교환·이유식 등 육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다. 모유수유·착유실은 10㎡ 규모로, 엄마·아기·수유부로 이용 대상이 제한되며 2인(1가족)이 모유수유 또는 모유착유를 할 수 있게 조성된 장소를 말한다.

 

보건복지부와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수유실 외부 시설 구분을 위한 안내 표지판 부착 등 방법으로 관련 내용을 알리고 있지만, 현장에선 시설 구분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여전히 혼선과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공동 육아'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 다중이용시설·교통시설·공공기관 등 실외 공간에서 아빠도 이용할 수 있는 '가족수유실'의 비율이 지난 2021년 80.2%(전체 1천601개 수유시설 중 1천284개소)에서 2022년 83.6%(전체 1천363개 수유시설 중 1천139개소)로 3.4%포인트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더 이상의 현장 혼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시설 관계자, 이용자에 대한 시설 구분 관련 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유시설 내 불편 사항들을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 수유시설에 대한 아빠들의 이용 가능성을 포함한 실태 조사를 진행 중이고 각 지자체와 조사 결과를 공유, 시설 관리자 등의 인식 개선을 통한 가이드라인 준수 지도 등을 강화할 수 있게 끔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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