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흙 밟는’ 인천 계양꽃마루에… 돌연 스포츠타운 추진 ‘시끌’

부지 12만㎡ 중 7만7천여㎡ 규모 조성
환경단체 “GB 훼손, 생태계 파괴 우려”
區 “자연친화적 체육공원으로 지을 것”

계양꽃마루 전경.이시명기자

 

인천 계양구가 ‘맨발로 흙을 밟는’ 도심 속 쉼터 ‘계양꽃마루’를 없애고 복합스포츠타운 조성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단체는 개발제한구역(그린밸트·GB)을 훼손하는 것은 생태계 축을 파괴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10일 계양구에 따르면 구는 이달 중 계양꽃마루 부지 내 체육단지(복합스포츠타운) 조성을 위해 인천시와 GB관리계획 수립 및 도시계획 시설 결정 등을 논의한다.

 

계양꽃마루 복합스포츠타운 조성사업은 계양구 서운동 106의1 일원 계양꽃마루 총 면적 12만㎡ 중 7만7천여㎡에 오는 2025년까지 암벽등반, 인라인스케이트장, 그라운드 골프장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윤환 계양구청장이 민선 8기를 시작하며 추진하는 사업으로, 현 시유지인 계양꽃마루 일부를 인천시로부터 매입하는 비용 271억원과 체육시설 조성비용 100억여원 등 총 371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그러나 2018년 7억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한 주민친화공간을 또다시 수백억원의 세금을 들여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곳은 계절별로 유채꽃과 코스모스 등을 감상할 수 있고, 맨발로 흙을 밟으며 걷는 ‘어씽(Earthing)’ 명소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황토길 맨발걷기’가 붐을 이루면서 멀리서도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어 대표 관광지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계양구에 사는 김모씨(44)는 “계양은 현재도 종전의 녹지공간 등을 없애 주택과 산업단지를 짓고 있는데, 도심 속 유일하게 남은 생태공간마저 사라질 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노년층을 중심으로 황토길 맨발걷기를 위해 계양꽃마루를 찾는 분들이 많은데, 어르신들의 소중한 여가 공간이 사라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계양꽃마루에서 만난 이모씨(60)는 “계양꽃마루가 없어지면 동네에서 꽃이나 나무를 보러 갈 곳이 없다”고 했다. 이어 “스포츠 시설은 주변에도 많은데 굳이 지어야 하나”라고 말했다.

 

지역 환경단체에서도 우려를 제기한다.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계양꽃마루는 생태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라며 “개발제한구역인 계양꽃마루의 훼손은 도시 생태계의 한 축을 없애는 것과 같기에 구의 신중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계양구 관계자는 “꽃마루 전체를 훼손해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자연친화적 체육공원을 조성하려는 것”이라며 “계양꽃마루 부지가 시유지기 때문에 언제까지 임대할 수 있을지도 몰라 장기적이고 체계적 이용을 위한 구청장의 뜻”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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