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공원에 주차장 웬말”… 주민 거센 반발

수원 영화동 공영 주차타워 건립 추진 논란
어린이·노인 유동량 많아 안전 위협
市 “주민설명회 열어 의견 수렴”

16일 오전 9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영화어린이공원에서 주민대표 정종석씨가 주차장 건립 반대 안내문을 들고 있다. 오민주기자

 

“아이들이 뛰어놀고 주민들이 휴식하는 공간에 주차장이라니, 말도 안 됩니다.”

 

수원특례시가 영화어린이공원 내 3층 주차타워 건립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지역 내 유일한 쉼터이자 아이들의 놀이공간을 보장해달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16일 수원특례시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영화동 주택가 중심에 있는 영화어린이공원 일부를 주차장으로 변경하기 위한 기본 설계를 시작했다. 시는 90억원의 예산을 들여, 어린이공원(5천110㎡) 내 절반 이상(2천740㎡)의 부지에 지상 3층 규모의 공영주차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어린이공원 주차장화 사업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며 항의하고 있다. 주차 타워 건립 시 공사 차량이 오가는 통로가 인근 학교 통학로와 겹치며 아이들의 보행 안전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공원 바로 옆에 주차타워가 생기면 차량 통행량이 많아져 주민들의 안전사고 위험이 커질 우려도 있다.

 

실제 이날 오전 9시께 경기일보 취재진이 찾은 영화어린이공원 200m 이내에는 유치원 등 5곳의 유아 교육기관과 학교가 있었고, 공원 바로 옆에는 노인정이 있어 어린이와 노인들의 유동량이 많았다. 공원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뛰어노는 아이들과 담소를 나누는 시민들 40여 명으로 북적거렸다. 정자에는 산책을 나온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놀이터에는 그네를 타고 노는 어린이들로 가득 차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5세 자녀를 둔 주민 김수정씨(가명·43)는 “이곳은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유일한 곳이자 주민들의 휴식처”라며 “주택가 한가운데에 있는 공원에 주차타워가 생기면 어떻게 아이들을 마음 놓고 공원에 보낼 수 있겠느냐”라고 토로했다.

 

더욱이 주민들은 시가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고 공영주차장 건립 사업 원안이었던 지하 주차장 조성을 지상 3층 주차타워 건립으로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영화동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다는 주민대표 정종석씨(73)는 “7월 말부터 시작된 주차장 건립 반대 서명이 2천600명에 이른다”며 “주민들과 협의 없이 주차 타워를 건립하려는 시의 비민주적이고 일방적인 행정에 화가 난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관련 규정에 따라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면서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하기 위해 곧 주민설명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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