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화성세무서 민원실의 ‘그날’…119 최초 신고자 “팀장이 쓰러졌는데도 민원인은 쳐다보기만”

“돌아가신 민원팀장에게 십여분 간 고성을 지른 그 민원인이 이제라도 유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동화성세무서 민원팀장의 사망 사건(경기일보 7월28일 단독보도)으로 악성민원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이자, 최초 119 신고자가 본보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18일 경기일보 취재진과 만난 목격자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고개를 돌려 계속 쳐다볼 정도로 고성이 오갔다"고 회상했다. 

 

국세청은 사건 당시 모습이 담긴 CCTV에는 화면만 있고 음성이 없어, 이번 사건을 ‘악성민원’ 탓이라고 단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인데, 이 같은 목격자의 진술은 민원팀장이 악성민원인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볼 수 있는 핵심적인 증거가 될 전망이다.

 

A씨는 사건 당일인 지난달 24일 오후 3시께 동화성세무서 민원봉사실에 사업자 등록을 위해 방문했다. 당시 A씨는 ‘악성민원인’의 왼쪽 옆자리에서 민원을 처리했고, 민원실 직원은 해당 민원인을 마주 본 채로, 고인이 된 민원팀장은 그 민원인의 바로 옆에서 응대하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A씨는 “옆에 앉아 있는데 민원인이 계속 고성을 지르니까 ‘왜 저렇게 시끄럽게 항의를 하지. 무슨 일이 있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고성을 지를 때마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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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성세무서 민원팀장이 쓰러지자 119에 최초 신고한 A씨가 경기일보 기자를 만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정규기자

 

당시 민원실에는 A씨를 포함, 약 6~7명의 민원인이 업무를 보고 있었고, 악성민원인의 고성 섞인 민원 과정은 10여분 이상 이어졌다.

 

그는 “해당 민원인은 서류와 관련해 ‘왜 안 되느냐’고 따졌던 것 같고, 팀장은 ‘지금은 처리가 불가능하고, 나중에 (요건을) 갖춰서 다시 와야한다’고 말했다”며 “그럼에도 그 민원인은 계속 따졌다”고 말했다.

 

이후 ‘쿵’하는 소리와 함께 민원팀장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A씨는 곧바로 119에 신고를 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납득하기 힘들었던 것은 해당 민원인의 태도였다. 

 

자신이 소리를 지르는 도중 사람이 눈 앞에서 쓰러졌는데 놀라거나 응급조치를 하기는 커녕 ‘어쩌란 말이냐’는 식으로 뻣뻣하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민원팀장이 쓰러졌을 땐 직원들을 포함해 현장에 있던 모두가 달라붙어 부축하려 했는데, 정작 민원인은 의자에 앉아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나중에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 같으니 본인도 어쩔 줄 몰라하는 것 같기는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민원인이 뒤늦게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 좀 해보라’고 했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한 분위기’였다고 했다.

 

A씨는 “그 상황을 만든 당사자가 갑자기 팀장을 위하는 척 하니까 다들 어이가 없어 했다”며 “‘어떻게 좀 해보라’는 말에 또 다른 민원인이 ‘그럴거면 당신이 좀 해보시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고 당시 급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당시 119에 가장 먼저 신고하긴 했지만, 더 할 수 있었던 것이 없어 마음이 좋지는 않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악성민원이 사라졌으면 좋겠고, 해당 민원인도 유족들에게 사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6일 유명을 달리한 동화성세무서 민원팀장의 발인식이 이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발인 후 유족들은 생전 고인이 근무했던 동화성세무서를 들렀고, 동화성세무서장과 직원들은 복도에서 고인을 위해 묵념을 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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