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학교는 남도, 북도 아닌 조선 민족의 학교”

오채영(왼쪽 두번째)·고애령(오른쪽 첫번째)양 등 조선학교 재학생들, 일본 청년 치아키씨(오른쪽 두번째)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안노연 기자

 

“조선학교의 조선은 북한도 남한도 아닌 조선 민족이 사는 학교를 말합니다.”

 

히로시마 조선초중고급학교에 재학 중인 고애령(17)·오채영양(17)은 평택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열린 ‘일본 속 우리학교 조선학교 바로알기’ 행사에서 조선학교의 뜻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평택-에히메 시민교류회(이하 교류회), 시코쿠 조선초중급학교 지원모임(이하 지원모임), 평택안성흥사단 주최로 일본 내 조선학교의 상황을 알리고자 열렸다.

 

1945년 광복 후 일본에 남은 재일동포 60만여명은 민족교육을 위해 국어강습소를 세우기 시작했고 1년여 만에 일본 전국에 550여곳의 강습소가 들어섰다.

 

이들 강습소는 재일본조선인연맹 결성 후 조선학교가 돼 재일동포 아이들이 비로소 우리 말과 글을 배우게 됐다.

 

이후 조선학교는 일본 정부의 강제 폐쇄 등 탄압 등을 겪으면서도 버텨 왔지만 최근 다시 위기를 맞았다.

 

지난 2010년 일본 정부가 제정한 고교무상화법에서 조선학교는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되면서다.

 

2011년부터는 오사카를 시작으로 지자체가 교육보조금을 끊기 시작하면서 학교 재정을 수업료와 졸업생, 재일동포가 낸 후원금에 의존하는 열악한 환경에 처했다.

 

지난해만 4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현재 일본 내 조선학교는 초중급(초·중등)학교 50개교, 고급(고등)학교 10개교, 대학 1개교 등 60개교만 남았다. 1946년 당시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이에 평택에선 지난 2019년부터 매년 지역에서 후원금을 모아 전달함과 동시에 학생 간 교류 활동을 펼쳐 왔다.

 

이번에 이들이 한국을 찾아 조선학교의 어려운 현실을 설명하게 된 배경이다.

 

두 학생은 조선학교 학생들은 부당한 일본 정부의 차별과 투쟁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13년 고베·도쿄·아이치·규슈·히로시마 등 5개교 학생이 무상화 제외가 인권침해라며 일본 정부와 법정 싸움을 벌였으나 2021년 최고재판소(대법원)에서 모두 패소했다고 했다.

 

고양과 오양은 “판결에 교사와 학생 모두 비통하게 울었다”면서도 “우리 손으로 승리할 때까지 굴하지 말자고 결의를 다졌고 그 결의를 이어 가슴 펴고 당당하게 살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각오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으로 준비해 나갈 것을 목표로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학생이 설명을 마친 후 조선학교 학생들은 노래 ‘우리학교는 우리 고향이다’를 합창했다.

 

‘할아버지 얘기하시던 고향 땅엔 못 갔지만/우리에게도 우리에게도 정든 고향이 있다네/민족의 넋 심어주는 말과 글을 배우고/내 나라 내 땅의 소중함을 배우는/우리학교는 우리학교는 우리 고향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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