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방범대는 주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경찰의 힘이 미치기 어려운 지역을 도보로 순찰하면서 범죄, 사고, 화재, 재해, 안전 위험 요소 등을 경찰이나 지자체에 신고하는 순수 봉사조직이다.
지난 4월27일 ‘자율방범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정식 대원증이 발급되고 모든 대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한다. 그만큼 대원들의 자긍심이 높아졌고 활동에 더 열심이다.
여성으로만 구성된 자율방범대가 어머니자율방범대(이하 어방)다.
고양특례시 일산서구 일산2동 어방 최옥남 대장(67)을 만났다. 2000년 1월1일 출범했고 최 대장은 창립멤버다.
40대 중반에 시작해 만 23년째다. 2013년부터는 대장을 맡고 있다. 일산서구 어머니자율방범대 연합회장이기도 하다.
현재 대원은 모두 13명이다. 까다로운 자격조건을 통과한 정예멤버들이다.
월, 수, 금 주 3회 순찰활동을 한다. 저녁 7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2시간 동안 일산2동 전체를 한바퀴 돈다. 조를 나누지 않고 참여가능한 전 대원이 함께 한다. 많을 땐 10명이 온 동네를 누빈다.
지난달 5일부터는 일산파출소 경찰들과 함께 흉기난동 예방 비상순찰을 하고 있다. 주 3회 일산역, 시장, 공원 등을 집중 순찰한다.
순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몇 년 전에 비어 있는 단독주택에 누군가 있는 것 같다는 주민 말에 순찰길에 찾아갔어요. 노숙자 한 분이 움직이지도 못한 채 누워 있더군요. 119에 신고해 구급차로 병원으로 옮겨 목숨을 구한 일이 있었습니다.”
순찰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건 술 취한 행인들이다. 도로 경계석에 앉아 찻길로 쓰러지기 직전인 사람을 안전한 곳으로 옮긴 건 부지기수다.
고양시가 2014년 시작했다 최근 중단한 여성안심귀갓길 서비스를 대신해 여성 귀가자들과 집까지 동행한다.
어방 활동은 방범에 한정되지 않는다. 도로 파임 현상인 ‘포트홀’부터 고장 난 가로등, 위험한 무단 폐기물, 끊어져 방치된 현수막 등 주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찰이나 지자체에 신고한다. 어머니의 눈은 매섭다. 밤이지만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여성들만 순찰을 돌면 무섭지 않냐고 묻자, 조끼 입고 경광봉 들고 나가면 택시기사도 정지선을 지킨다며 웃었다.
주취자보다 대원들을 더 곤혹스럽게 하는 건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월급이 얼마냐는 질문이다. 봉사단체라고 말해도 좀체 믿지 않는다.
지자체에서 소액의 간식비와 활동비를 지원하는 게 전부다. 경찰서에서는 1년에 한번 조끼를 만들어준다. 활동비는 순찰활동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데만 쓸 수 있다. 연간 지원비는 한도가 정해져 있고 남으면 전액 반납한다.
지자체나 경찰서에 바라는 점이 무언지 물었다.
“경찰 인력이 부족한 건 잘 알지만 우범지역이나 어두운 골목길은 가끔 한 번씩 도보 순찰을 하면 범죄예방 효과가 훨씬 더 클 거라는 생각을 해요. 순찰차는 금방 지나가 버리지만 경찰이 도보로 순찰한다는 걸 알면 범죄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죠. 지자체에서는 대원들이 겨울에 순찰 돌 때 입을 수 있는 방한복을 지원해 줬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최옥남 대장은 시민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 두 가지만 기억하라고 당부했다.
“첫째, 어린이, 노인, 여성은 밤에는 좀 돌아가더라도 큰 길, 환한 길로 다녀야 해요. 아무일 없겠지 방심하면 안 돼요. 둘째, 골목길 곳곳에 붙어 있는 위치번호 표지판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위험에 처했을 때 112나 119로 신고해 위치번호만 말하면 경찰이나 구급대원이 신고자가 있는 곳을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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