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종교·국가 넘어… 인간의 본질 탐구 30여년간 무역회사 근무 경험 토대 단편 10편에 다양한 문화 이야기 담아 “독자·사회와 소통하는 글 써 나갈 것”
‘이젠 써야겠다는 마음’이 ‘주저함’을 이겼다. 자신의 초기작을 두고 작가들은 ‘재주가 한정된 작품’이라며 겸손해 하지만, 자신만의 작은 세계를 완성한 시작점인 만큼 첫사랑처럼 애틋함도 크다. 김창수 작가가 최근 펴낸 소설집 ‘옴두르만의 여인들’도 그렇다. 작가가 ‘2015년 월간문학 소설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하게 된 단편소설 ‘카이로의 자스민 청년’부터 이슬람 여성 인권 문제의 실상(實狀)을 고발한 ‘옴두르만의 여인들’, 보스니아 내전의 참상을 그린 ‘모스타르의 하얀 십자가’ 등 등단 전, 후 써내려 간 단편 10편을 묶었다.
“어릴 적부터 황순원 선생님의 순수하고 감동적인 이야기 ‘소나기’ 같은 글을 쓰고 싶었어요. 40여년 간 공부와 바쁜 직장생활로 작가의 꿈을 가슴에 묻고 살아왔는데, 그 시간에 겪었던 경험이 글의 소중한 글감이 됐죠.”
30여 년간 무역회사에서 근무했던 저자는 2015년 소설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지 1년만에 소설 ‘카이로의 자스민 청년’으로 135회 월간문학 소설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2012~2014년 이집트에서 주재원으로 활동했을 때의 경험이 소설의 토양이 됐다.
“30여 년간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오대양 육대주를 돌아다니며 맨땅에 헤딩했다”는 그는 이집트뿐만 아니라 1980~1990년대 루마니아, 러시아 등 치열한 산업 현장에 있으면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일을 겪었다. 그 치열했던 경험은 김 작가의 소설을 이루는 탄탄한 역사적 근거가 됐다.
‘옴두르만의 여인들’엔 종교와 문화, 인권, 역사를 꿰뚫어 본 작가만의 색채가 선명하게 드러나면서도 공감의 폭이 넓은 10편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수단의 옴두르만을 지나 이집트, 러시아, 또 한국 등 자유자재로 국가와 문화를 넘나드는 내공은 경험과 방대한 자료수집이 밑바탕이 됐다.
그의 글에는 사실에 근거한 픽션을 쓰기 위해 애쓴 작가의 충실함이 엿보인다. 이슬람 여성의 인권 문제를 들여다 보기 위해 UN 인권보고서 등 각종 자료와 문헌을 찾아 1년간 공부했고 충실한 사례 조사와 기록을 이어나갔다. 한국을 무대로 한 다섯 편의 글에서는 제각각 다른 색채로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일상 속 소소한 행복과 사랑, 관계를 다루면서도 가슴 아픈 역사적 사실을 오버랩 한 단편도 눈에 띈다.
“작가의 사명은 사회적 참여다. 동시대의 가장 중요한 이슈를 찾아내 독자에게 글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그는 월간문학 10월호에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마지막 여행’을 선보인다. 뜨거운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안락사는 여전히 금기된 죽음. 작가는 자신만의 시선과 해석으로 또 한편의 소설에 사회적 이슈를 꾹꾹 눌러 담았다.
김 작가는 “이젠 밝고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싶다”며 “제2의 인생을 소설로 시작한 만큼 독자와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글을 꾸준히 써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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