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대전에 계시는 인척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야구장에 가 ‘1렬 직관’을 하게 됐는데 KT의 한 타자가 상대 팀 한화 투수에게 야구화를 건네고 한화의 한 타자는 KT 야수에게 방망이를 건네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한다. 일반 팬들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광경임이 분명하다. 서로 적이 돼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람들이 경기 전 전쟁터의 ‘무기’와도 같은 물건들을 상대에게 건네는 것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취재를 하다 보면 필자의 경우 이러한 상황을 자주 목격한다. 서로 팀은 다르지만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선배나 최근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들에게 방망이를 달라고 요구한다. 기를 받기 위해서다. 이에 대다수 선수들은 흔쾌히 자신의 애장품을 전한다. 일부는 글러브나 야구화 등을 건네기도 해 후배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기도 한다. 경기 전 야구 선수들은 적으로 싸워야 하는 상대이기에 앞서 동업자로서 농담도 건네고 친숙하게 지낸다.
요즘 우리의 정치판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자당(自黨)의 목표와 정치적 이익만을 위해 상대 당의 정책이나 주장을 무조건 비판하고 헐뜯고 무자비한 언어폭력이 난무한다. 작금의 상황에 대해 정치 원로들은 ‘낭만의 정치’가 실종됐다고 안타까워한다. 과거에는 의사당에서는 치열하게 논쟁했어도 밤에는 여야 의원들이 뒷골목에 마주앉아 술잔을 나누며 사과도 하고, 타협도 하는 낭만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사생결단식 정치로 국민에게 실망감만 더해주고 있다.
정치나 스포츠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감정에 휩싸일 수도 있고 때론 격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나 스포츠 모두 자신들을 지켜보는 국민과 팬들이 있기에 정치인, 선수가 존재하는 것이다. 경쟁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본질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전쟁터 같은 경기장에서도 훈훈한 선후배의 정을 쌓아 가는 스포츠에서 정치인들이 한 수 배워 민생의 정치, 상생의 정치인 협치를 이뤄 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