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환경·상권 다 살린 ‘생태도시’ 행궁동

10년 만에 문화•상권•집값 상승/
염태영 ‘주민과 함께 만든 기적’/
성공한 실험, 세계 모델로 가야/

10년 전 감동을 전하고 있다.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2013년 8월31일 밤이다. 수원 어느 동네에서 차가 사라진다. 2천200가구의 작지 않은 동네다. 0.34㎞를 따라 골목도 복잡하다. 수십년을 차로 들어찼던 골목이다. 그 차들이 새벽에 모두 없어졌다. 밤 사이 사라진 차만 1천500여대다. 큰길이 시원하게 뚫렸다. 골목길이 아름답게 드러났다. 행궁동 바닥을 내보인 ‘모세의 기적’이었다. 추억하는 염태영 전 수원시장 얼굴이 행복하다.

 

2007년까지 장안동·신풍동이었다. 1949년 시 승격 이후 시간이 멈췄다. 모든 건축 행위가 묶였다. 화성(華城)을 품어서 받은 차별이었다. 1980년대 시세가 폭발했다. 동수원이 개발됐고, 영통이 개발됐다. 그 열풍도 장안·신풍동은 비켜갔다. 조선조(朝) 모습에 머물도록 강제됐다. 느는 건 을씨년스러운 점(占)집 뿐이다. 상권이라야 음식점 7개, 카페 2개, 슈퍼 2개가 전부였다. 그런 동네에 던진 ‘차없는 생태도시’ 실험이었다. 차 없이 한 달 살기였다.

 

바로 그 밤의 ‘행궁동 기적’이었다. 10년 지나 이제 행리단길이 됐다. 차 대신 사람이 꼬인다. 상권이 살고 돈이 돈다. 카페가 60여개, 음식점이 30여개다. 공방도 10개, 선물가게가 10여개다. 서점도 2개 있다. 공공한옥단지 2개소에 개인 한옥 10여동이 정비됐다. 드라마에 단골이다. 요즘은 예능 찍는 중이다. 서울에 경리단길이 있다면 행궁동 행리단길이 있다. 전주에 한옥이 있다면 행궁동 한옥이 있다. 젊은이, 노인, 외국인이 모두 찾는다.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다. 변화를 증명할 통계 하나가 있다. 공시지가 추이다. 무심코 한 점을 찍어봤다.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 42-1. 2012년에 ㎡당 126만원이었다. 10년 뒤인 2023년 213만2천원이다. 무려 70% 뛰었다. 수원의 다른 쪽, 영통구 영통동 968을 찍자. 2012년 공시지가가 262만원이다. 2023년에 302만7천원이다. 15% 올랐다. 공적 통계로 증명된다. 2013년 8월31일 밤 시작된 역사는 그렇게 마을을 바꿨다.

 

흔해 빠진 게 ‘차없는 거리’다. 대개 관(官)이 주도한다. 상권 활성화를 약속한다. 결과표는 십중팔구 초라하다. 특히 요란했던 차없는 거리가 있다. 2014년 시작된 신촌 연세로다. 돈 많이 썼고 홍보도 대단했다. 작년에 주민·상인이 들고일어났다. ‘못 살겠다. 폐지하라’. 상가의 60% 이상이 비었다. ‘상가 임대’가 점포마다 나붙었다. 상업 점포 5년 생존율 32.3%였다. 서대문구 14개 동에서 최악이다. 결국 없어졌다. 이러니 ‘행궁동 기적’이다.

 

취재랄 건 없고.... 어제 하루 걸었다. 인도가 주(主), 차도가 객(客)이다. 카페가 집이고, 집이 카페다. 멈춰 서면 명소, 찍으면 작품이다. 골목을 나왔는데 또 골목이란다. 세상 아름다운 곳이다. 걷던 길에 작은 안내판을 만난다. ‘행궁동은 생태교통2013 이후 자동차 위주에서 사람 중심 공간으로 변화했다.’ 맞다. 그랬었다. 본질이 그거였다. 행궁동의 꿈은 ‘돈’이 아니라 ‘환경’이었다. ‘세계적 미래도시 모델 창조’라는 목표를 걸고 시작한 거였다.

 

10주년 토론이 있었다. 염 전 시장·경기경제부지사가 다시 꿈을 말했다. ‘세계인이 배우고 갈 행궁동이 돼야 한다’. 그러자니 떠오르는 이들이 있다. 10년 전 거기 있었던 사람들이다. 도종호 주민추진단장, 욕 먹으며 차량 이동을 유도했다. 황연주 수원시 주민지원팀장, 쫓겨나도 대문을 두드렸다. 이재준 제2부시장, 삿대질 속에 생태도시를 설명했다. 이제 또 다른 ‘도종호’·‘황연주’·‘이재준’이 필요하다. ‘그 부시장’이 ‘지금 시장’인건 다행이다.

 

오늘, 차 없이 행궁동 걸어보심이 어떤가요. 예쁜 작품 속 작은 일부가 되실 겁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