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인스파이어 채용행사 ‘알바’ 수준… 지역상생 허울뿐”

협력사 21곳 중 14곳 ‘연봉 3천만원 이하’… 대부분 단순직만 구인
“양질의 일자리는 서울서 뽑아” 비난에 “최대한 지역 인재 채용” 

21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청 본관 1층 중앙홀 ‘인스파이어 협력사 채용의 날’ 행사장에서 어르신들이 채용공고게시판을 보고 있다. 황남건기자

 

“대형 리조트에 인천시민의 일자리가 있다고 해서 왔는데, 온통 단순 업무직이고 임금도 최저 수준이네요.”

 

21일 오후 1시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청 본관 1층 중앙홀 ‘인스파이어 협력사 채용의 날’ 행사장. 청년은 보이지 않고, 대부분이 60대 이상 어르신들이다. 채용공고 게시판 앞에 모인 인파에는 영종도에 사는 김재현씨(30)가 유일한 청년이다. 정오께부터 점심도 안 먹고 채용행사를 기다린 김씨는 게시판을 살펴보더니 크게 실망하며 행사장을 나왔다. 김씨는 “대형 리조트 협력사에 입사할 꿈을 안고 왔는데, 아무리 살펴봐도 좋은 일자리는 없다”며 “말만 정규직이지,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윤애씨(51)는 “최근 명예퇴직해 새 일자리를 찾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크게 실망했다”며 “인천지역 상생차원에서 마련한 일자리가 고작 편의점 근무, 음식점 서빙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를 통해 지역사회와 상생한다고 생색만 내는 듯하다”고 했다.

 

21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청 본관 1층 중앙홀 ‘인스파이어 협력사 채용의 날’ 행사장에서 시민들이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 황남건기자

 

인천시와 ‘㈜인스파이어 인티그레이티드 리조트’가 지역상생을 위해 마련한 채용 행사가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와 인스파이어 등에 따르면 이날 인스파이어 협력사 21곳은 총 318명 채용을 목표로 한 행사를 했다.

 

그러나 협력사들의 모집 직종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 단순 업무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방보조·편의점 관리 등 단순 업무가 113명(35.5%)으로 가장 많다. 이어 미화원 등 환경관리가 70명(22%), 라이프가드·보안 등 경비직이 55명(17.2%), 객실 정리 등이 40명(12.5%) 등의 순이다.

 

이들 일자리 대부분 임금이 낮다. 최저 직급 기준 연봉 3천만원 이하인 곳이 14곳(66.6%)이고, 심지어 최저시급인 9천620원이나 이보다 조금 높은 1만원을 급여 조건으로 내건 곳은 6곳(28.5%)이다.

 

특히 인스파이어는 지난 6월부터 서울에서 채용설명회를 연 것을 비롯해 7월부터는 공식 채용 공고를 통해 카지노에서 일할 딜러를 비롯해 회계, 보안 등의 정규직 채용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이 채용 공고에도 오롯이 인천시민을 대상으로 뽑거나, ‘인천시민 우대’ 등의 조건조차 달지 않았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는 서울 등에서 뽑고, 단순 업무 종사자만 인천에서 채우는 셈이다.

 

강병구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 공헌 차원에서 상인·주민과 상생하려면 단순 업무가 아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 같은 채용 행사가 자칫 인스파이어의 생색내기용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스파이어 관계자는 “우대조건 등이 없을 뿐, 최대한 지역 인재를 채용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인천지역 대학 등과 협력,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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