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특례시의회 임시회 파행…내 탓은 없고 네 탓만

지난해 7월 개원 이래 매 회기 파행 거듭
100여 건 안건과 2천억 2차 추경 심의·의결 물 건너가
복자수당 190억, 무상급식 예산 110억 등 집행 불가

21일 오전 열린 고양특례시의회 제276회 임시회 본의회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진욱기자

 

고양특례시의회 제276회 임시회가 결국 자동 종료됐다.

 

7일부터 21일까지 15일간의 회기 중 회의가 열린 시간은 단 30분. 7일 본회의는 20분 만에, 21일 본회의는 10분 만에 파행됐다. 단 한 건의 안건도 상정되지 못했다.

 

지난해 7월8일 개원한 이래 매 회기마다 파행이 반복되고 있다.

 

김영식 시의장이 민주당에 약속한 이동환 시장에 대한 강력 경고와 공식사과 요청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이번 임시회 파행의 이유다

 

21일에는 이동환 시장이 출석한다고 해 본회의가 열렸으나 이 시장이 보이지 않자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김영식 의장이 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항의하며 퇴장했다.

 

민주당은 21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연간 시의회 회기일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고의적으로 8차례나 본회의에 불참한 이동환 시장의 시의회 무시가 도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 관계자는 “시의회가 시장 출석요구서를 보내지 않아 출석의무가 없는데도 불출석 사유서를 성실하게 시의회에 제출했다”며 반박했다.

 

국민의힘도 21일 호소문을 내고 “의장이 시장의 사과를 받아내지 못했다고 의회가 멈춰서야 되겠느냐”며 “정당한 비판과 질책이 있을 수 있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의회는 열려야 하며 의원들은 주어진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일보 취재 결과 지난 20일 오후 김영식 의장과 이동환 시장이 배석자 없이 만나 임시회 재개를 위한 이 시장의 본회의 출석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동 직후 김영식 의장은 시의회 사무국장에게 이동환 시장이 21일 임시회 본회의에 출석하기로 했다며 여야 대표들에게 통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시 관계자는 “이동환 시장은 시의회가 시장의 출석요구서를 보내오면 본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원론적 얘기를 했을 뿐”이라며 21일 임시회 본회의 참석을 약속한 바 없다고 밝혔다.

 

임시회 파행으로 고양특례시는 지난해 회계결산이 승인되지 않은 전국 유일의 지자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또한 96개 안건과 1천946억원 규모의 2회 추경예산안 심의·의결도 물 건너갔다.

 

2차 추경에는 유치원 및 각 학교 무상급식 예산 110억원이 포함돼 있다. 262개교 11만8천여명의 학생급식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

 

임차급여, 부모급여, 기초생계급여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수당 190억원도 집행이 불가능해졌다.

 

아울러 올해 임금협상이 완료돼 지급해야 할 공무직 및 기간제 근로자 인건비 인상분과 공과금 등 공공운영비 51억원도 예산편성이 안 돼 집행할 수 없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임시주차장 등 주요 공사 10여 건의 중단 또는 연기가 불가피하다.

 

반환해야 할 국·도비 보조금 556억원을 제때 반환하지 못하면 시민 혈세로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시 관계자는 “민생경제와 시 재정여건이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예산처리가 늦춰질수록 시민 고통은 가중될 것"이라며 "특히 경제적 위험에 무방비 상태인 취약계층에게는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시민 A씨는 21일 시의회 홈페이지에 “고양특례시의회는 제발 일 좀 똑바로 하고 기본 자질을 갖추라”는 글을 올려 시의회 파행을 질타했다.

 

시의회의 다음 회기는 다음달 마지막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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