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현대시장 화재복구 하세월…추석 앞두고 손님 ‘뚝’

25일 오후 인천 동구 송림동 현대시장에서 화재 복구 공사로 인해 천장 아케이드를 다 떼어내면서 합판과 쇠기둥, 초록색 그물망 등이 천장을 지탱하고 있다. 박귀빈기자

 

“불난지 6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공사판이에요. 추석 대목인데도 손님이 없어요.”

 

25일 오후 1시께 인천 동구 송림동 현대시장. 천장을 받치고 있는 쇠기둥이 길가에 가득 세워져 있다. 천장은 투명했던 아케이드 대신 합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고, 초록색 그물이 쳐져 있다. 또 상가 내부는 당시 불에 그을린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고, 간판은 불에 타 아예 없는 곳이 태반이다.

 

이 곳에서 만난 상인 김해규씨(64)는 “20년을 넘게 일해온 곳이 하루아침에 새까맣게 탔지만, 아직도 복구가 이뤄지지 않아 많은 상인들이 되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구가 이뤄지지 않으니, 추석 특수는 생각도 못한다”며 “몇개월째 생계 걱정 뿐이다. 너무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10여개의 노점이 가득했던 곳은 아예 흰색 벽으로 가로 막혀 있다. 이처럼 화재 복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시장은 추석을 앞두고 있는데도 한산하다. 이 때문에 최근 몇몇 상가들은 아예 폐업해 비어있는 곳도 눈에 띈다.

 

염창석씨(66)는 “보상은 고작 300만원 받았는데, 새로 장사하려면 공사비만 수천만원이 들어 결국 가게 문을 닫았다”며 “최근엔 복구가 더뎌 찾아오는 손님들이 줄어 매출이 반토막나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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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인천 동구 송림동 현대시장의 한 상가가 복구하지 않고 폐업, 점포가 텅 비어있다. 박귀빈기자

 

현대시장에 지난 3월 큰 불이 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시설 복구 지연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구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인천시에서 특별조정교부금 15억원을 교부받아, 아케이드 신설 및 기타 설비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야 불탄 아케이드 철거를 하는 등 복구 작업이 더디다. 구가 아케이드 철거를 위한 상인들과 협의가 오래걸린데다, 새 아케이드를 설치할 업체 선정까지 늦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구 작업이 늦어지면서 일부 상가는 아직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구는 설계가 끝나면 곧바로 아케이드 설치 공사에 나설 예정이지만 빨라야 올 연말, 내년 2월에나 공사가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번 겨울까지는 상인들의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셈이다.

 

더욱이 상인들에 대한 적은 금액의 보상도 상인들의 복귀를 발목잡고 있다. 화재때 불에 타버린 각종 물품까지 피해액이 상가당 수천만원에 이르지만, 정작 점포당 실제 받은 보험금은 100만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시장 상인회가 가입한 화재공제보험은 상인의 부주의로 인한 화재 발생에 있어 변제금액 중 1억원 지원을 해주지만, 이번 화재의 경우 방화여서 보험금은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그나마 시가 현대시장 점포 당 각각 200만원의 ‘소상공인 재해구호기금’을 지원했지만, 상인들에겐 언발에 오줌누기 수준이다. 한 상인은 “피해 금액이 큰 가게는 아예 장사를 접었다고 한다”며 “복구는 커녕, 아예 생계가 끊긴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복구가 늦어진 점은 있지만, 가능한 속도를 내려고 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공사를 끝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월4일 오후 11시38분께 인천 동구 현대시장에서 술에 취한 한 40대가 불을 질러 47곳의 점포가 불에 타는 등 총 12억4천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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