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하늘과 형형색색 물든 단풍잎, 사각사각 낙엽 소리, 산들바람을 타고 느껴지는 가을 특유의 냄새. 가을 산행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이 때문인지 가을은 흔히 ‘산 타기 좋은 계절'로 불린다. 아름다운 가을 산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안전한 산행을 위한 철저한 사전 지식 숙지 등 준비는 필수다. 등산 사고의 유형부터 사고 발생 시 응급처치법까지 두루 살펴본다.
■ 가을철에는 등산객이 늘어나는 만큼 산악 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재난연감’(2021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월별 산악 사고 발생 건 수는 9월 812건, 10월 832건, 11월 515건 등 총 2천159건으로 이해 발생한 사고 전체 6천496건 중 33.2%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산악 지형에선 넘어지기 쉽다. 평지와 달리 길 위 바위, 자갈, 모래가 많고 울퉁불퉁해서다. 나뭇등걸에 걸리거나 낙엽 쌓인 곳을 잘못 디뎌 넘어지기도 한다. 특히 하산하면 내딛는 발밑을 보기 어려워 넘 어질 확률이 높다. 잘못 넘어지면 상처는 물론 다리 골절, 염좌 등의 증상을 겪는다. 삐거나 부러진 부 분은 통증이 심해지고 크게 부어 오른다. 염좌의 경 우 심해지면 내출혈이 돼 멍이 들기도 한다. 이 같은 사고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발목을 충분히 덮어주는 정도의 발목 보호용 등산화를 착용하도록 한다. 등산화는 바닥이 적당히 딱딱한 게 좋다. 자그마한 돌부리에 올라서더라도 발 디딤이 안정적일 수 있다. 무리한 산행은 피한다. 체력이 떨어지면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지기 쉽다. 또 눈이 나쁜 이들은 반드시 안경을 착용하고 등산한다. 새벽 또는 저녁에 산행할 때는 산행 속도를 늦추거나 헤드랜턴을 준비한다. 힘이 부치거나 가파른 길에 선 지팡이, 스틱 등을 사용한다.
추락 사고를 방지하려면 무엇보다 안전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칼날 등선이나 어려운 암릉 등반의 경우 로프를 사용하고 헬멧과 안전벨트 등을 착용한다. 로프 손상 유무와 안전벨트에 이상은 없는지 산 행 전 확인은 필수다.
산행 중엔 무게중심을 잃지 않도록 하되 몸의 무게 중심을 능선 쪽으로 쏠리게 하는 게 좋다. 절벽이나 계곡을 보지 말고 걷는 방향에 신경 쓰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나무나 땅바닥을 잡을 수 있게 산쪽 손을 자유롭게 둔다.
암벽등반 중 작은 돌, 하강기, 하켄 등이 떨어지며 아래에 있는 사람이 맞아 발생하는 낙석 사고도 일어난 다. 이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선 암벽등반 중 반드시 헬멧을 착용하고 낙석 사고가 나면 원인 제공자 또는 최초 발견자는 즉시 큰 소리로 “낙석”을 외쳐 위험을 알린다. 소 리를 들은 아래쪽 사람은 위를 올려다보지 말고 즉시 몸을 웅크리거나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
■ 벌 쏘임과 뱀 물림 사고도 주의해야 한다.
땅속이나 나뭇가지 사이로 벌이 자주 들락거리면 가까운 곳에 벌집이 있을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특히 벌 중에서 한 마리가 여러 번 침을 쏠 수 있는 말벌은 매우 위험하다.
벌집을 건드려 벌이 쏘기 시작하면 즉시 그 자리를 벗어나 20m 정도 떨어진 곳으로 대피한다. 놀라 땅에 엎드리거나 웅크리면 공격이 심화될 수 있어 머리 부분을 보호하며 신속히 그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 어두운 색보단 밝은 색 의상을 선택하고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긴 옷차림이 좋다.
■ 뱀은 가을철 겨울잠을 준비하며 먹이활동이 왕성해진다. 이때 공격성이 높다.
잡초가 많아 길이 잘 보이지 않으면 강한 발소리를 내거나 등산 스틱으로 강하게 짚는 진동으로 뱀에게 경고 사인을 보낸다.
특히 뱀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시스템이 없어 아침이나 점심께 햇볕을 찾아 양지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더욱 주의해야 한다. 긴 옷과 발목까지 덮는 등산화, 장갑 등 보호 장비 등을 착용하는 게 안전하다.
딱딱한 소재의 등산용 스패치(각반)를 발목에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뱀에게 물렸다면 먼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 후 환자를 앉히거나 눕혀 편안한 자세를 취하게 한 뒤 병원으로 이송할 땐 몸을 고정하고 손상 부위를 심장보다 낮게 해야 한다.
뱀에게 물린 상처를 절개해 입으로 빨아내는 행위는 절대 해선 안 된다. 뱀독 제거에 별 효과가 없고 빠는 사람의 입을 통해 독이 체내로 흡수될 수 있다. 입안 세균에 의해 2차 감염 위험도 있다.
■ 산행 시 유형별 응급처치법 숙지해야
출혈이 있을 경우 지혈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출혈이 심하지 않은 경우엔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해당 부위를 깨끗이 해야 한다. 상처 부위를 함부로 건드리지 말고 엉겨 있는 핏덩이와 흙 등 이물질을 세척한다. 출혈이 심하면 지혈 부위를 직접 압박하고 지압점을 찾아 지혈을 병행한다. 출혈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하고 자세를 안정 되게 교정한다. 열이 나고 붉은 층이 생기면 감염이 악화되 는 것이므로 즉시 병원을 찾는다.
*뼈가 부러진 것으로 판단될 경우 부목을 댈 수 있는 부위 는 부목을 댄 후 고정시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게 조치 한다. 얼음물 등으로 냉찜질을 해 부기를 가라앉히고 충격 에 대한 응급처치를 한다.
*염좌의 경우 해당 부위를 높이 올리고 손목일 경우 팔걸 이를 하고 안정을 취한다. 상처 부위를 냉찜질하고 걸어 야 할 상황에선 신발을 신은 채 붕대로 응급처치한다.
*벌에 쏘였을 경우 핀셋 또는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상처 부위를 밀어 벌침을 빼낸다. 쏘인 부위를 찬물로 찜질 해 통증을 완화한다. 과민반응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뱀에게 물리면 환자를 최대한 움직이지 않게 하고 상처 부위를 절개하지 않는다. 상처 부위를 세척하고 물린 부위를 심장보다 낮게 한다. 반지나 시계 등 부어 오를 경 우 혈액 순환을 방해할 수 있는 것은 제거하고 상처 부위보다 높은 심장 쪽에 가까운 신체 부위를 폭 5㎝ 이상의 넓은 천으로 압박하거나 약하게 묶는다. 너무 꽉 조이면 피가 통하지 않아 2차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안전한 등산을 위해서는 무리한 산행을 자제하고 국립공원공단에서 안내하는 산내 위험 구역 등 출입을 금지하는 곳에서의 산행은 삼가야 한다”며 “낙석이 빈번히 발생하는 곳에 오랫동안 머물지 않고 등산 전 안전수칙을 사전에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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