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수만명의 교사들이 아스팔트 위로 쏟아져 나왔다. 유난히 뜨겁던 그 폭염을 무릅쓰고서다. 무너질 대로 무너진 교권의 회복을 절규하듯 호소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도 착잡했다. 그래서 그들이 실행한 ‘공교육 멈춤의 날’에 대해서도 그냥 넘어갔다. 지난달 국회가 교권 보호를 위한 4개 법률 개정안을 일괄 통과시켰다.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되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직위해제할 수 없도록 했다. 이제 법이 만들어졌으니 교권 침해도 사라질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학부모 등 당사자들의 인식이 먼저 달라져야 가능한 일이다.
지난달 인천에서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은 학부모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교권보호법 등이 국회를 통과하기 이전이다. 한 교등학교의 학부모 단체가 학교 측에 ‘교권 보호 결의 서한’을 전달했다. 학부모들이 교권 보호에 적극 동참하고 나선 것이다. 전국에서도 처음이었다.
지난달 14일 인천 중산고등학교에서는 학부모회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학교 운영위원회가 뜻을 모아 김재희 교장에게 서한문을 전달했다. ‘인천중산고 모든 교원들께 드리는 학부모 교권 보호 결의 서한문’이다. ‘최근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일에 관해 학부모로서 선생님들의 노고가 빛을 발하지 못하는 현실에 가슴이 아프고 애통한 심정’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몇몇 학부모의 과도한 자식 사랑과 특권 의식 등으로 비뚤어진 교육열이 최선을 다해 일선에서 아이들을 보듬어 주시는 선생님들의 열정마저 무너뜨리는 과정을 봤다’고 적었다.
이에 ‘이를 규탄하고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움에 함께하고자 한다’는 뜻을 전했다. ‘학부모들의 부당한 요구에 앞장서서 반대하고 교원들의 열정에 응원과 박수를 보내며 함께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는 선생님들과 같은 마음으로 함께하겠다’고 끝을 맺었다. 중산고 앞에는 이들 학부모들이 내건 현수막도 있다. ‘선생님 응원합니다. 사랑으로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 지지합니다.’
2년 전 의정부 한 초등교사의 극단적 선택에도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있었다. 수업 시간에 손등을 다친 자녀의 치료비를 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보상을 받고도 교사를 닦달했다. 8개월간 400만원을 뜯어냈다. 학부모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인천 중산고 학부모들의 이런 결의는 파급력을 발휘했다. 그 며칠 후 수원의 한 공립유치원 학부모회도 교권회복 운동에 동참했다. 아쉬운 것은 이런 움직임에 대한 인천시교육청의 자세다. 학교 측은 이를 널리 알리려 했지만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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