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조건 없이 만나 민생과 국정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은 신속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추석인 지난달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의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주제는 민생. 당면한 경제 문제로 저출산 위기, 기업·가계부채, 살인적 물가, 이념 가치 논쟁, 에너지 전략 부재 등을 꼽았다. 그의 영수회담 제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 당 대표 취임과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제안했지만 지금껏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콧등으로도 듣지 않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꼽았다. 한 총리는 지난달 8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윤 대통령에게 말한 바 있으며 ‘현재 여건이 적절하지 않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답변했다. 이 대표에 대한 대통령의 심중을 읽을 수 있다.
민주당의 공세가 파죽지세다.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무죄’로 여기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 공식 사과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파면”(홍익표 원내대표), “실체도 없는 ‘사법 리스크’를 핑계로 제1야당을 부정하고 민생을 내팽개칠 작정인가”(강선우 대변인). 이제 야당이 주장한 검찰독재의 시간은 가고 실체적 진실은 사법부의 몫이 됐다. 윤 정부의 입법 추진 현황(8월 기준)을 보면 국회 제출 법안은 211건. 이 중 60건만 통과되고 151건이 계류 중이다. 하반기에도 156건을 추가 제출할 계획이다. 결과만 본다면 다수당인 민주당의 몽니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민생 현안 논의 제안은 환영받는다. 하지만 번지수가 잘못됐다. 대통령은 여당 대표가 아니다. ‘사심(私心)회담’으로 의심받는 이유다. 국회는 민생에 충실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