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거버넌스 ‘씨알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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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명예회장

“1천㎞ 떨어진 목적지에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가장 인상 깊은 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에도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 있다. 우리 일상에서 이제 “누구랑 가느냐”가 별로 중요해지지 않은 듯하다. 시간은 빠르게, 비용은 적게, 돈은 많이 버는 게 미덕이다. ‘빠르게, 적게, 많이’라는 효율성 가치가 우선시되고 있다.

 

지난 주말 인천 영종 씨사이파크 하늘구름광장에서 열린 영종대교와 인천대교 통행로 인하 및 주민 무료통행 기념 ‘영종 주민의 날’ 행사를 보고 나서 착잡하기 그지없다. 함께 즐거워해야 할 축제장에 갈등과 갈라치기 모습이 드러나 아쉽다. 영종대교와 인천대교 통행료 인하 및 감면을 축하하는 자리에 거물들이 총출동했으나 일부 언론에선 ‘무료통행운동 주도 단체 배제 빈축’, ‘소각장 반대 돌발행동 우려해 초청 제외’ 등의 기사가 나오고 있다.

 

주민의 날임에도 이례적으로 대통령의 영상 축사에 이어 국토교통 부장관과 인천시장, 지역 국회의원, 중구청장,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참석해 ‘글로벌 국제도시’로 뻗어 나가는 영종도를 예찬했다. 무대 아래 광장에선 영종국제도시 무료통행시민추진단이 “주민 통행료 운동 20년을 부정하고 있다”며 영종지역 소각장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행사 이후 현직 국회의원, 중구청장, 영종지역 활동가, 주민 등 300여명이 소통하는 카카오 SNS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영종총연) 회원방’에선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통행료 인하 투쟁을 이끌어온 활동가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중구청장은 “주민들의 열정과 진정성을 잘 알고 있다. 좀 더 성의있게 살펴보지 못했고, 제 불찰도 있다”고 사과했다.

 

이런 소통에 대해 “영종 사회가 건강하다는 걸 보여준다”는 덕담이 나왔지만 영종도 소각장 이슈가 겹치면서 ‘단톡방’에서는 그야말로 ‘백가쟁명’식 논란으로 뜨겁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이분법적 대결 구도”로 몰아간다고 주민 활동가들을 질타하고, 다른 한편에선 “주민들과 함께 무료통행을 관철했듯 인천시의 서부권 광역소각장 영종도 예비후보지 5곳 원천 무효를 위해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세상의 다툼과 분쟁에 공식이 있다면 ‘싸울 때 각자의 이야기를 열심히 하지만 상대방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청이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남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 게 쉽지 않다. 2026년 영종도 분구를 앞둔 만큼 행정서비스의 소비자인 시민 요구와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 투명한 정책 결정이 이뤄지도록 하는 민관협치가 절실하다. 통행료 무료 및 감면 시행을 계기로 빚어지는 SNS 공방을 풀뿌리 민주주의를 튼실히 다지는 ‘거버넌스 씨앗’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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