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가르치고 어르신 말벗 봉사... 재외동포 학생들 외교관 자처 미국·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적
판교 한국외국인학교 ‘헬핑핸즈’
경기도에서 나눔의 의미를 깨달은 재외동포 학생들이 ‘대한민국 봉사활동 외교관’을 자처하고 있다.
한국에 온 지 짧게는 1년, 길게는 7년이 된 15~16세 청소년들은 우리나라 말에는 서투를지 몰라도 지역사회가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든지 달려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한국외국인학교 판교캠퍼스 봉사단체인 헬핑핸즈(Helping Hands)의 이야기다.
미국, 호주, 싱가포르, 캐나다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이들은 부모가 한국인인 덕분에 의사소통은 가능했다.
그러나 문화의 벽은 높았다. 특히 외국인 학교의 방학 시기는 우리나라와 달라 국내의 다양한 청소년 프로그램에는 참여하기 어려워 고립된 생활을 이어갔다.
이러한 울타리를 허물게 된 것은 봉사활동이다. 7년 전 국내로 돌아온 김태환군(Andrew Kim·15)은 지난해 10월 헬핑핸즈를 구성한 장본인이다. 지난해 서울 한 공공기관에서 어리다는 이유로 봉사활동 참여에 퇴짜 아닌 퇴짜를 맞은 후 집 근처 돌봄 공동체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매주 과천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체육 봉사활동으로 장애인들과 땀을 흘렸다. 학교를 마치고 어디론가 향하는 그의 뒷모습에 궁금해했던 친구들은 어느새 하나둘씩 모여 김군의 주변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그 인원은 20명에 달한다.
어릴 때 한국을 떠나 지난해 귀국한 이진영군 역시 장애인과 어울리고 있다. 처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함께 농구를 하면서 이들도 비장애인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계기로 장애인을 위한 앱 개발 등 사회적 약자에 빛을 비추는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다시 캐나다에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했던 봉사활동의 경험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3년 전 한국에 온 전필립군(Philp Jun·16)은 2~3주 한 번씩 성남에서 혼자 사는 노인의 말벗을 자처하고 있다.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에게 요리를 해드리자 소녀처럼 환하게 웃는 노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더욱이 이들은 서투른 언어에 한국 문화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분당판교청소년수련관 관계자 등 주변 곳곳에서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좋은 경험을 되돌려줄 예정이다. 지난 8월 서울 이태원 외교 행사에서 통역 봉사활동을 한 데 이어 오는 12월에는 판교사회복지관에서 악기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자기의 몸만한 첼로를 짊어지고 다님에도 남을 도와줄수록 자신도 행복하다는 것을 안 이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이들은 “봉사활동을 하면 할 수록 상대방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며 “한국의 정을 해외에서도 나눠줘 대한민국이 따뜻한 곳이라는 곳을 알려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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