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불법촬영' 매년 증가…‘애매한 대책’에 두 번 우는 피해자들

공중화장실법 개정했지만...장소 불문 곳곳 카메라 지뢰밭
강제성·인력도 없어 ‘헛발질’...행안부 “유관기관과 근절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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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여자화장실 내 불법촬영기기를 찾고 있다. 경기일보DB

 

피해자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기는 ‘불법 촬영 범죄’가 최근 3년 동안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를 예방키 위한 대책은 공중화장실에만 국한돼 있는 데다 범행수법 역시 고려하지 못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31일 행정안전부와 경기남·북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불법 촬영 범죄는 4천772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0년 1천429건, 2021년 1천582건, 2022년 1천761건 등이다. 피의자 4천398명 가운데 남성은 4천256명으로, 전체의 97%가량을 차지했다.

 

이에 행안부는 2021년 7월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공중화장실법) 시행령을 손질해 ‘대변기 칸막이 설치기준’을 반영했다. 출입문을 제외한 대변기 칸막이 아랫부분과 바닥 사이의 공간을 5㎜ 이내로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일반적인 휴대전화 두께가 7㎜ 이상인 점이 고려됐다. 또 대변기 칸막이 윗부분은 천장과 30㎝ 이상 띄워 설치하되, 개별환기시설이 있는 경우 30㎝보다 적게 띄워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제는 불법 촬영 범죄가 휴대전화 등으로 직접 촬영하는 방식으로만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선 초소형카메라를 미리 설치해두는 방식으로 불법 촬영을 시도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행안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2018년부터 ‘공중화장실 등 불법 촬영 및 비상벨 점검 매뉴얼’을 각 시·도와 지자체에 배포하고, 올 7월 시행된 공중화장실법 개정안에 지자체의 카메라 설치 여부 등 점검 조항을 포함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이들 대안 모두 구속력이 없는 데다 각 지자체에는 이를 전담할 인력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현재 불법 촬영 범죄는 공중화장실 외에도 다양한 장소에서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불법 촬영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아파트·연립다세대(221건)다. 이 밖에 노상(183건), 역·대합실(91건), 단독주택(31건) 등에서도 다수 발생 중이다. 정부의 불법 촬영 범죄 근절 대책이 헛발질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몰래카메라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치안 기능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또 불법 촬영이 공중화장실에서만 발생하지 않는 만큼 공공시설 전반에 걸친 순찰·점검을 상시화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중화장실 점검을 주기적으로 벌이는 등 불법 촬영 범죄 근절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유관기관과 협업해 지속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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