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해수담수화시설... ‘목타는 주민들’ [경기 바다 ‘외로운 섬’ 풍도를 가다②]

 

“바다 마을에 널린 게 물 아니냐고요? 먹고 쓸 물이 없어.”

 

풍도 어르신들 사이에서 ‘아지트’로 불리는 보건진료소 앞 정자. 이곳에서 만난 풍도 최고령자 김진남 할아버지(89)는 조끼 주머니에서 호박사탕 한 개를 꺼내 내밀었다. 취재진이 반갑다는 뜻이었다.

 

풍도에 대한 여러 질문 끝에 할아버지는 보여줄 게 있다며 따라오라고 말했다. 좁디좁은 오르막 골목길 계단을 한 걸음씩 오르니 그의 집 옆 ‘우물’에 다다랐다.

 

우물 위 나무 판자를 걷어내고 안을 보여준 할아버지는 “이 물은 풍도 산에서 나오는 물”이라며 “지금은 수돗물이 나오지만 이전에는 다 물을 밖에서 길어다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집은 수도보다 우물이 더 익숙하고 나아 아직 웬만한 물은 다 여기에서 길어다 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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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DB.

 

김 할아버지에게 우물이 더 익숙한 이유는 뭘까.

 

과거 풍도 안에는 제대로 된 상수도시설이 없었다. 2012년에야 정부와 지자체 등의 지원으로 해수 속 염분을 제거하는 ‘해수담수화시설’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 불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육지의 시설과 달리 바닷물의 높은 염도로 시설 노후화가 빠른 탓에 고장 등이 끊이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염분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물이 나오는 등 제 기능을 못해 여전히 김 할아버지처럼 우물을 ‘쓸 수밖에 없는’ 주민들이 있다.

 

이종윤 할아버지(84)와 김금열 할머니(80) 댁이 그렇다. 이 할아버지는 “최근 한동안 짠 물이 나와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푸석푸석하고 양치도 힘들었다”고 말했고 김 할머니는 “염분기 때문인지 세탁을 해도 옷이 후줄근하더라”며 “안되겠다 싶어 마을회관 정수기에서 물을 떠 자전거로 몇 번 왔다 갔다 했는데 그것도 힘들어 하는 수 없이 우물을 썼다”고 불편을 털어놨다.

 

그나마 상수도시설이 들어온 지 10년밖에 안 됐는데 이마저 벌써 위기인 셈이다.

 

더욱이 주민들이 식수 등 생활용수로 쓰는 물탱크도 비어 있기 일쑤다. 봄 한철 야생화를 보려는 관광객이 몰릴 것을 감안해 이 물탱크 속 물마저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을이 쓸 물조차 부족하다 보니 사시사철 관광객 유치 등은 꿈도 못 꾼다.

 

특히 해수담수화시설 관리는 시가 보낸 전문인력이 아니라 어촌계장이 맡고 있다. 배가 하루에 1회만 뜨다 보니 실질적인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종신 풍도노인회장은 “전에 주민들은 집 근처 우물이나 개울가에서 물을 길어다 밥도 짓고, 마시고, 빨래를 했다”며 “안 쓰던 우물을 다시 쓰려고 공사하다 우물 몇 개가 잘못 돼 아예 쓸 수 없게 됐는데 상수도시설도 열악한데 우물마저 열댓 개밖에 안 남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민영일 풍도어촌계장도 “담수화 시설에 문제가 생겨 자체 해결이 안 되면 시가 전문인력을 섬에 보내곤 한다”며 “하루 한 번 육지를 오갈 수 있다 보니 그마저 쉽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가 섬 주민들이 맘 편하게 생활하도록 더욱 관심과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산시 관계자는 “풍도 정수의 염분 증가에 따라 3억원의 예산을 들여 내년까지 해수담수화 역삼투 설비 개선사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물이 부족해 지하수 고갈이 우려됨에 따라 해수전용담수화 설비를 추가 신설하는 사업을 2030년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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