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공포’ 확산… 경기도내 숙박시설 '직격탄'

고시원·모텔 때아닌 ‘박멸전쟁’... 매출 줄고 방역 비용↑ ‘이중고’
가정집도 매트리스 살충 나서... 방역업체 때아닌 특수 ‘동분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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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수원특례시 한 숙박업소에서 경기도 식품안전과·영통구 환경위생과 직원들이 빈대 확산 예방을 위한 특별 합동점검을 하고 있다. 경기도와 시·군은 내달 말까지 도내 숙박업소, 목욕장 업소 등 5,262개소에 대한 특별 점검을 실시한다. 조주현기자

 

“다들 예민한 상황입니다. 손님이 오면 가려운 데는 없는지 미리 물어보고…빈방에는 약국에서 살충제 사다가 뿌리고 매트리스는 아예 버리고 새로 사기도 합니다.”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 빈대가 출몰하며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자들과 일부 시민들이 빈대 퇴치에 따른 방역비용에 관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빈대로 인해 매출에 직격탄을 받는 고시원, 모텔 등 숙박시설 사업자들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

 

안성시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사장 A씨는 최근 손님들이 한번 머물고 간 방의 매트리스는 버리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방역업체를 부르기엔 비용이 부담스럽다 보니 마련한 궁여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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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수원특례시 한 숙박업소에서 경기도 식품안전과·영통구 환경위생과 직원들이 빈대 확산 예방을 위한 특별 합동점검을 하고 있다. 경기도와 시·군은 내달 말까지 도내 숙박업소, 목욕장 업소 등 5,262개소에 대한 특별 점검을 실시한다. 조주현기자

 

A씨는 “약 20년 전 이 근방 고시원에 빈대가 한 번 돈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악몽이 떠오른다”며 “요즘 손님이 오면 가려운 곳 있는지 미리 물어보고, 방이 비면 약국에서 살충제를 사서 뿌리고 뜨거운 물로 소독하거나, 그래도 의심스러우면 매트리스를 버리고 새로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가정집에도 빈대 공포가 확산하며 각 가정에서도 방역에 나서는 모습이다. 화성시에 사는 주부 B씨는 “집에 어린 자녀가 있어서 매트리스 살균 세탁을 하려고 업체를 알아보는 데 20만 원가량이 든다고 해 깜짝 놀랐다”며 “단체 의뢰를 하면 비용이 저렴해진다고 해서 조금이라도 아껴보려고 이웃들한테도 함께할지 물어보고 다닌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역업체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수원지역에서 활동하는 방역업체 ㈜에이아이다의 박진우 대표는 “대학교 기숙사, 요양병원 등에서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데 고시원 방 하나에 대략 20만~30만 원 정도로, 60호실 정도가 되면 총 1천800만 원가량이 소요된다”며 “민간 사업장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니 전화로 빈대는 어떻게 잡는지, 약품은 뭐가 좋은지 많이 물어보시고 실질적으로는 예산을 부여받는 공공시설 위주로 방역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31개 시·군 48개 보건소에 예비비를 교부해 고시원, 외국인 노동자 임시거주시설 등 위생 취약 시설 위주로 ‘빈대 방역’을 계획하고 있다. 또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10일 기존 살충제에 내성을 갖게 된 빈대를 방제할 수 있는 ‘대체 살충제’에 대해 긴급 사용승인을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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