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정부는 주식시장 개장 직후부터 내년 6월 말까지 약 8개월간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공매도 금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2020년 코로나 사태 등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일 때마다 한시적으로 단행됐고 이번이 네 번째다.
개인투자자에게만 불리하다는 지적이 계속돼 온 한국의 공매도 제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있었던 기존 공매도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불법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차단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한국의 공매도 규제가 해외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이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 공매도가 필요하다며 발표 전날까지 금융위의 공식 입장은 “공매도 금지와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였다. 그러나 하루 만에 신중론에서 돌연 입장을 바꿨다.
이 같은 입장 선회는 최근 하락장에서 1천4백만명에 이르는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극도로 높아진 데다 정치권,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 압박 때문일 것이란 관측이다.
총선용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비판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불법 공매도로부터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특히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를 일축했다. 오래전부터 정부 내부에서 점검하고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요 외신들은 연일 비판적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 정부는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조치가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 개인투자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뜬금없이’ 취해졌으며 그로 인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시각의 보도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역사적으로 공매도 금지는 시장 활동에 지속적인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실제 한국 증시는 공매도 금지 당일 하루 급등했지만 다음 날부터 급락했다. 특히 금지 시기가 ‘특이했다(peculiar)’며 총선을 앞둔 정치적 목적을 의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공매도 금지 조치가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금융위기나 코로나 사태와 같은 외부 충격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례적이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번 조치가 취해진 데 주목했다.
상환 기간, 담보비율 등 공매도 조건을 개인과 외국인·기관투자자 간 일원화하고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한 내부 전산 시스템과 통제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이번 조처는 일단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매도 제도 손질에 미온적이던 금융당국이 갑자기 정반대 결론을 내리는 모습은 ‘총선용 졸속 정책’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방향은 바람직하나 그 시기와 의도가 의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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