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청년 비하’ 현수막 논란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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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는 어느 정당을 선호할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2030세대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더불어민주당이 2030세대를 겨냥해 캠페인 홍보용으로 만든 현수막이 ‘청년 비하’라며 역풍을 맞았다. 민주당 사무처는 최근 시·도당위원회에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더 민주 갤럭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공식 현수막 공개에 앞서 ‘티저(호기심 유발) 현수막’을 발표했는데 당 안팎에서 논란이 거세다. 현수막에 ‘나에게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의 문구가 담겼다.

 

민주당 청년당원 의견그룹 ‘파동’은 긴급 논평에서 “감 없는 민주당, 청년세대가 바보인가. 근래 민주당의 메시지 가운데 최악이며 저질”이라며 “청년은 돈만 많으면 장땡인 ‘무지성한’ 세대이며, 정치도 모르는 ‘멍청한’ 세대인가?”라고 비판했다.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도 “충격적인 당 현수막에 유감”이라며 “당의 설명대로라면 민주당은 청년세대를 정치와 경제에 무지하고, 개인 안위만 생각하는 이기적 집단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라고 논평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청년을 무지성한 세대로 비하했다”며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젊은 세대와 함께 고민하고 아픔을 나눌 생각도, 청년을 위한 정책과 대안도 없이 무시의 의미가 담긴 문구”라고 민주당의 사과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논란이 커지자 캠페인을 담당한 업체가 행사용으로 제작한 홍보 시안이라 해명했다. 당직자나 당이 개입한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현수막 내용은 누가 봐도 청년 비하 문구로 읽힌다. 청년들을 권리만 누리고 싶어 하는 이기적 존재로 대상화한 것 같다. ‘2030세대는 모르겠고, 표는 얻고 싶다’는 당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청년세대의 신뢰와 표를 얻고 싶다면, 어설픈 ‘현수막 마케팅’이 아니라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청년정책을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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