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김치의 날

인천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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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용 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지난 22일은 ‘김치의 날’이었다.

 

김치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20년 우리 정부와 한국김치협회가 이날을 ‘김치의 날’로 지정했다. 11월22일은 여러 재료가 하나하나(11) 모여 22가지 효능을 가진 김치를 만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다소 억지스럽게 끼워 맞춘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긴 세월 우리의 밥상을 지켜준 김치니까 그 정도는 넘어가 줄 수 있겠다.

 

‘김치의 날’은 현재 캘리포니아·뉴욕 등 미국의 7개 주(州)가 함께 기념하고 있다. 또 영국·브라질·아르헨티나 등 여러 곳에서 이에 동참하는 도시가 계속 늘고 있다.

 

그런데 김치가 이처럼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기까지는 일본·중국과의 치열한 국제 분쟁을 거쳐야만 했다.

 

우리 김치가 인기를 끌자 일본도 자체적으로 김치를 만들어 ‘기무치’로 상품화했다. 여기에 중국도 가세해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를 상품화하고, 김치처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어느 것이 진짜 김치인가’를 놓고 분쟁이 생긴 것이다.

 

이 분쟁에서 우리가 승리를 거뒀다.

 

식량농업기구와 세계보건기구가 함께 운영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2001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4차 총회에서 우리나라 김치를 ‘국제규격식품’으로 승인한 것이다. CODEX는 식품 분야의 국제 표준을 정하는 국제협의체로, 정밀한 심사를 거쳐 국제규격의 식품을 공인(公認)한다.

 

여기서 ‘김치’는 ‘절임배추에 고춧가루·마늘·생강·파·무 등 여러 양념을 섞은 뒤, 적당히 숙성이 되고 잘 보존되도록 저온에서 발효한 제품’으로 국제규격화됐다.

 

이는 기무치나 파오차이와는 다른, 우리 김치의 특성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다. 특히 ‘발효 음식’이라는 점이 중요한 차이다. 이에 따라 김치가 국제사회에서 ‘kimchi’라는 영문 이름으로 확실하게 통하게 됐다.

 

이처럼 세계인들이 인정하는 김치이건만, 정작 그 종주국(宗主國)인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김치를 멀리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여론조사들을 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피자와 햄버거이고, 가장 싫어하는 음식이 김치라는 결과가 심심치 않게 나오기 때문이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의 김치가 한 세대쯤 뒤에도 지금과 같은 위상(位相)을 갖고 있으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그에 대한 대응책은 결국 김치 스스로가 찾아내야 할 일이다.

 

완전히 새로운 변신을 통해 새로운 세대를 사로잡을지, 전통의 맛을 끝까지 지키면서 그 일을 해낼지, 아니면 그 중간 어디쯤 되는 곳에서 길을 찾아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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