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사유지 건물 환경 개선 못해도 정책 지원 최선”
인천지역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주택 천장에서 물이 새거나 승강기가 작동하지 않는 등 열악한 주거 환경에 내몰려 있다. 임대인인 A씨(61)의 구속과 관리비 부족으로 인한 관리사무소의 관리 부재 등으로 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인천시와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역의 전세사기 피해 가구는 2천969가구다. 이중 미추홀구에 2천484가구(83.6%)가 있다. 이들 피해 가구는 관리 업체의 관리비 미납으로 인한 관리 부실, 임대인 구속 등으로 주거 환경에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피해를 비롯해 열악한 주거 환경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날 오전 미추홀구 숭의동 한 오피스텔 15층에 있는 집 천장은 일부가 뜯어져 있고 내부 자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있는 이곳은 천장에서 물이 새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가 하면 곳곳에 거뭇한 곰팡이가 슬어 있다.
인근에 전세사기 피해자가 있는 또 다른 오피스텔은 엘리베이터 2개 중 1개가 고장난 채 방치돼 있다. 이곳 역시 1층에 있는 공용 배관에서 누수가 발생해 시멘트를 타고 물이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관리사무소는 관리비 미납 등을 이유로 정비를 하지 않고 있다. 오피스텔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다수 있는 오피스텔의 관리비 납부율이 50% 정도여서 누수와 승강기 고장을 고치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이 같은 상황에서도 시가 추진하는 피해자 지원 대책에는 주거환경 개선 지원 사업은 없다. 시는 피해자들의 주거지가 사유지여서 건축물관리법상 이들의 아파트를 개선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임대인인 A씨는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있다.
반면,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경기지역 피해 주택의 관리주체가 없어 승강기나 건물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안상미 대책위원장은 “시는 피해자들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피해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 등은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주거환경 개선에 근거가 부족하면 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시는 피해자들이 집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지 않도록 최소한의 정책 지원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주거 환경 개선은 전세 사기 피해지원 대책이 아닌 다른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상담소 등을 통해 피해자들이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시의회 김대영 시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이 같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시 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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