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닷새 전, 경기도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고양특례시의 최대 현안인 시청사 이전 부결이다. 제2지방재정투자심사가 내린 부결의 이유는 이랬다. ‘청사 이전에 대한 의견 전달과 주민 설득 등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 주민에 대한 설명 또는 소통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고양시의회와의 충분한 사전 협의를 통해 기존 신청사 계획의 조속한 종결 등을 이행하라.’ 시의회와의 소통, 합의가 부족했다는 얘기다.
고양특례시가 즉각 반발했다. 예산을 절감하는 명백한 근거를 재삼 설명했다. 수십차례의 설명회와 간담회가 있었음도 강조했다. 우리는 경기도 의견에 일리가 있다고 논평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행정에서 소통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몇 번을 만났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합의했느냐다. 주민 소통과 시의회 협의를 생략한 행정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런데 그와 똑같은 문제가 경기도의원들에 의해 제기됐다.
기회소득 예산을 처리해 가는 과정이다. 경기도 민선 8기의 핵심 공약이자 중요 정책이다. 김동연 도지사를 상징하는 행정 목표이기도 하다. 중요한 만큼 도가 새해 예산 통과에 거는 희망도 크다. 이걸 도의회와 협의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농정해양위원회 방성환 부위원장(국민의힘·성남5)이 농어민 기회소득 예산에 대해 문제점을 말했다. 내용에 대한 거부권은 아니다. 40억원을 세우면서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동연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얼핏 당리당략에 의한 어깃장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상황이 맞물려 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황대호 부위원장도 비슷한 이의를 제기했다. 민주당 소속인 황 의원이 제기한 것은 체육인 기회 소득예산이다. 역시 예산 수립 과정의 협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59억원에 달하는 체육인 기회소득을 만들면서 도의회와 상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양시청사 이전의 예를 다시 보자. 열악한 재정 사정에서 예산을 절감하는 구상이다. 이전에 필요한 시간적 낭비를 최소화할 수도 있다. 분명하고 계측화되는 장점이 있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주민감사, 1차 심의, 2차 심의를 통해 소통과 협의를 강조했다. 이를 이유로 사업 전체를 반려했다. 그만큼 주민·의회 소통이 중요하다는 권고였다. 그랬던 경기도청이 정작 자체 행정에서는 도의회와의 소통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을 산 것이다.
고의로 숨겨야 할 이유는 발견되지 않는다. 어느 지점에선가 착오가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이제라도 소통과 협의의 예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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