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들의 삶 들여다보는 김양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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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이주민 이야기’ 전시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김양우 작가 뒤편으로 김 작가가 카자흐스탄에서 촬영한 영상이 흐르고 있다. 정자연기자

 

외곽으로 벗어난 삶을 사는 것은 당장 통근의 불편함을 가져왔다. 부모님과 함께 화성시 향남으로 이사를 온 김양우 작가(38)는 근무지인 서울 갤러리까지 통근하며 하루에도 몇 번이고 사람에 치이며 도시와 도시를 오갔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 거리를 오고 가는 것도 힘든데, 수만킬로미터를 오고 갔던 이주민의 삶은 어떨까.’

 

궁금증은 주변에 있는 이주민으로 시선을 옮기게 했다. 그의 가족이 새로 터 잡은 화성시엔 그처럼 여러 사연을 안고 이 곳에 정착한 수많은 이주민들이 있었다. 화성시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의 삶을 녹여낸 전시 ‘이주이야기 프로젝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미술을 전공한 김 씨는 부유하는 듯 떠다니는 자신의 마음과 이주민들의 삶을 프로젝트로 녹여보기로 했다. 지난해엔 네팔,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 기후도 문화도 다르지만 경기남부지역에 여러 이유로 다양한 곳에서 온 사람들이 과거와 현재의 장소 사이에 뿌리내린 채 살아가는 기억의 풍경을 담았다.

 

올해는 지난 11월11일부터 26일까지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화성시 향남읍 발안시장 한편 전시장에선 화성을 중심으로 이웃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의 이야기를 담아 ‘2023 이주 이야기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처음 화성에 이사오니 갤러리도 없고,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낯선 장소에 대한 두려움으로 많이 우울했었어요. 그러다 주변 이주민들이 있다고 해서 한 두 명씩 만났는데 정신이 번뜩 들더라고요. 새로운 장소에 뿌리내리고 열심히 주변과 소통하고 지내는 그들을 보니 이런 마음이 싹 사라지고 지역에 대한 애정도 가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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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이주민 이야기’ 전시장. 정자연기자

 

전시장 곳곳엔 떠다니는 이러한 고려인들의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옮겨졌다. 김 씨가 발안 시장 주변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5명의 고려인들을 따라다니며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전시는 이주민의 삶을 응축한 바람과 모빌이 곳곳에 설치됐다. 그가 카자흐스탄에서 담아온 옛 고려인들의 무덤가 주변 영상도 한쪽 벽면 스크린을 가득 메웠다. 또 화성 발안 시장과 남양시장에서 고려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가게나 공간을 담은 지도를 그림으로 작업해 내걸었고, 고려인을 지원하거나 함께 하는 지역 단체들과 함께 이주민들과 지역민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젝트도 마련했다.

 

‘안녕, 발안시장’ 투어프로그램, 이주 이야기 도슨트 투어, 고려인들이 한국의 김치를 그리워하며 만들어 먹은 ‘짐치’를 고려인이 직접 시연하는 ‘찹찹, 짐치 만들기 워크숍’, 화성시에 사는 고려인을 친구로 환대할 수 있는 ‘안녕, 이웃’ 토크 등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고려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지역민들이 이들의 삶을 나눌 수 있는 워크숍을 열었다. 지난 25일엔 전시장에서 사자와어린양작은도서관의 고려인과 한국인 어린이들이 함께하는 ‘우리랑 합창단’에서 ‘도라지타령’과 ‘하늘빛 객차’ 등 한국과 러시아 노래를 넘나들며 함께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보이며 전시의 막을 내렸다.

 

그는 “고려인들 역시 언어를 가장 어려워했다. 언어는 달라도 이들이 같은 이웃으로 다르지 않고 한국 곳곳을 이동하는 사람들과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로, 한국으로 이동을 반복했던 사람들 모두가 지금 우리의 터전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이웃임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지역에 있는 이주민들의 삶을 살펴보고 함께 공유하고 간극을 좁혀나가는 시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내년엔 지도와 극장 작업을 지역 활동가 선생님들과 협업해 발전시켜 나가려 한다"는 그는 "예술의 영역이 지역사회, 또 이곳에 뿌리를 내린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그들처럼 ‘서로가 서로를 살펴보는 마음들’을 담아내는 작업들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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