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 “유통기한이랑 뭐가 달라?” 내년 전격 도입… 소비자 혼란 여전 “만약 식품 안전 이상땐 감당 부담”... 유통업계도 기대보단 걱정이 앞서
“소비기한? 유통기한이랑 뭐가 다른데요?”
1일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 콩나물을 집던 박희자씨(62세)는 두 개의 제품을 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박씨가 집어 든 제품은 콩나물로 동일했지만, 딱 한 가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표기가 달랐다.
박씨는 “유통기한이랑 소비기한이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며 “어차피 기간이 긴 제품을 담겠지만 제대로 된 설명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씨가 다녀간 자리에 부리나케 달려와 제품을 재 진열하던 직원 A씨도 “가끔 고객들이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차이를 물어보는데, ‘섭취 가능 기간이 조금 늘어난다’는 말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며 “식품 배치를 하는데도 표기가 제각각이라 애먹고 있다”고 했다.
이날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식자재 낭비 등을 막기 위해 기존 유통기한 표시를 소비기한으로 변경한다. 본격적인 제도 시행 전, 갑작스런 제도 변경에 따른 소비자 혼돈을 막기 위해 지난 1월, 1년의 계도 기간을 부여했다.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을 먹어도 건강상에 이상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소비자가 실제로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소비 최종기한을 의미한다.
기존에는 제조 기간 등을 고려해 식품 섭취 안전 기한의 60~70% 정도 수준인 ‘유통기한’으로 표기해 왔지만, 소비자가 이를 식품 폐기 시점으로 인식하거나 일정 기간 경과 제품은 섭취가 가능함에도 섭취를 고민하는 등 혼란이 일자 정부는 식량 낭비 감소, 소비자 정보제공 등을 목적으로 지난 2017년 소비기한 도입을 추진했다.
제도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업계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박씨와 같이 대부분 소비자는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차이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지만, 판매사 역시 처음 겪는 제도 변경으로 ‘소비자 안전이 담보될’ 기한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형 유통업체는 “상품별로 다르지만 조금 늘어난 섭취 가능 기간을 기재하는 것일 뿐 큰 의미는 없다”며 “소비자의 안전이 최우선인데 현재도 기간을 명확히 할 수 없는 몇몇 제품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아직 유통/소비기한 표기를 혼용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역시 “만약 소비기한 표시 상품의 식품 안전 문제가 불거진다면 감당은 업계가 지어야 해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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