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특별한 존재

얼마 전, 고등학교와 대학 직속 선배를 만났다. 자연스럽게 갖춰지는 예의랄까. 선배를 향한 예우에, 스윽 보이는 입가의 미소. 선배는 그런 필자의 모습이 좋았나 보다. 그러고는 슬쩍 건네는 라이터 하나. 다름 아닌 지포(ZIPPO)였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특별한 글귀와 일련번호. 앞면엔 ‘90th Anniversary Edition’이라는 글귀와 뒷면엔 한정판(limited Edition)을 상징하는 넘버링까지 돼 있었다. 지포 라이터 탄생 90주년을 맞아 출시된 ‘찐’ 리미티드 에디션이었다. “특별한 후배에게 어울릴 것 같아”라는 말과 함께.

 

왠지 모를 행복감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반가운 선배에 대한 당연한 예우였는데 말이다.

 

바야흐로 선거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내년 4월10일, 국민의 뜻을 받들어 대의 정치를 실현할 국회의원선거(22대 총선)가 예정돼 있다. 너도나도 그 주인공이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지며 정치의 세계로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 주인공 역할이 본인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국민을 위한 것인지 말이다.

 

어찌 보면 국민의 선택을 받는 300명의 국회의원은 특별한 존재가 맞다. 그런데 그런 특별함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타인, 그리고 국민을 먼저 특별하게 생각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수반될 때 ‘찐’이 되는 것이다. 그들이 그동안 살아온 이력만을 특별하게 대우받고 싶다면 일찌감치 선거판에서 사라지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우가 아닐까. 본인들의 특별함만 내세워 정쟁의 끝으로 달려가는 대한민국 정치 아닌가.

 

지포 라이터에 새겨진 리미티드 에디션 넘버링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고 특별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당리당략(黨利黨略)에만 빠져 현실 정치를 진흙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생각이라면 당장 정치의 세계에서 발을 뺄 것을 당부드린다. 아주 작은 라이터에 새겨진 의미부터 먼저 깨치고 오시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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