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보조금 늘리고 운영도 개선해야

정부가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위해 저상(底床) 버스를 늘리도록 의무화했다. 2026년까지 전국 시내버스의 저상버스 비율을 62%까지 늘릴 방침이다.

 

노후한 시내·마을버스와 농어촌버스를 새로운 차량으로 교체할 경우 저상버스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내용의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이 지난 1월19일 시행됐다. 시외버스를 제외한 모든 노선버스가 저상버스 의무 도입 대상이다.

 

저상버스는 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오를 수 있도록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 대신 경사판이 설치된 버스다. 장애인뿐 아니라 아기를 태운 유모차, 노약자들도 이용이 수월하다. 유럽 등 선진국 대도시에선 1990년대 초부터 일반화됐지만, 우리는 2003년부터 시범 운행돼 점차 늘려 가는 추세다.

 

전국 시내버스 저상버스 도입률은 2021년 30.6%다. 정부는 2026년 62%로 늘린다는데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저상버스 교체 비용이 국비매칭(국비 25%, 지방비 25%) 사업으로, 국비에 맞춰 교체 숫자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시내버스의 저상버스 교체를 위해 내년 수요 1천574대분의 보조금을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1천131대분만 배정됐다. 저상버스 1대당 가격은 2억2천여만원이다. 일반버스에 비해 2배가량 비싸다. 운수업체들은 저상버스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운행 연한이 넘은 버스를 그대로 쓰겠다는 입장이다. 지자체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고, 운수업체에 부담을 강요할 수도 없어 저상버스 확대는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저상버스를 늘리라고 하면서 내년에 정부 지원금을 대폭 삭감했다. 그러면서 저상버스 의무 도입 운운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지자체와 운수업체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2027년 1월부터 광역급행형 버스와 직행좌석형 버스에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저상버스를 운행해야 하는데 이것도 실현될지 의문이다. 그전에 차량 연구개발과 대량의 생산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원금을 대폭 줄인 상황에서 짧은 기간에 속도를 내기는 어렵다.

 

이미 도입된 저상버스가 교통약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차 간격이 상당히 길고, 인도와 차도 간 구분이 안 된 정류장은 리프트가 차도로 내려오는 등 안전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인도 및 버스승강장의 환경이 열악하면 교통약자들이 탑승하기 어려워 무용지물이 된다. 저상버스를 늘리면서 예산 지원과 함께 무장애 버스정류장 등 섬세한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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