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사랑을 싣고… 따스한 ‘선순환 사회’ [온기, 나누면 배가 됩니다]

시설 보호아동이었던 청년들이 모인 ‘청자기’
자립 지원 고마움… 또 다른 이들에 도움 손길
인천 남동구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서
대학 진학 꿈 달성… 이젠 후배들 멘토로 활동
안양 유쾌한공동체서도 번지는 따뜻한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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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이미지투데이

 

올 한 해 경인지역 곳곳을 따뜻하게 만든 이웃 사랑의 온기는 더 큰 나눔의 손길이 돼 돌아왔다. 따뜻한 촛불 하나가 온 방을 환하게 비추는 것처럼 지역사회에 번진 온기가 또 다른 곳에서 온기를 전하는 ‘선순환 사회’가 완성된 것이다.

 

자립활동가인 염복영씨(22·수원시)는 몇 년 전까지 지역 내 한 시설에서 보호 아동으로 생활했다. 그렇게 자립의 시기가 왔을 때, 막막했던 그에게 따뜻한 손길 하나가 다가왔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자립을 돕겠다며 손을 내밀어 준 것. 막막하기만 했던 자립을 끝낸 염씨는 그때의 고마움을 담아 ‘청자기(청소년자립이야기)’ 활동을 시작했다.

 

청자기는 시설의 보호 아동이었던 청년들이 모인 단체다. 사회에 홀로 서게 될 동생들이 어려움 없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만든 단체다. 이들은 자신들이 시설 등에서 받았던 도움을 사랑으로 나누고 싶다고 했다. 몇 년 전 이들이 어려움을 겪으며 받은 도움의 손길이 또 다른 누군가의 앞날을 밝게 비춰 줄 인생의 등대가 돼 가고 있는 것.

 

염씨는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라며 “나의 작은 관심이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형편이 좋지 않아 학교를 그만둔 김승미씨(가명·21·여)는 대학에 가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의 문을 두드렸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가장 잘한 결정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검정고시 교육부터 대학 진학을 위한 입학진학 지도를 받을 수 있었고, 원하는 대학교 영문학과에 합격했다.

 

김씨는 이러한 도움에 따른 감사를 직접 온몸으로 전하고 나섰다. 후배들에게 ‘앎의 기쁨’을 나누고자 센터 내에 영어문법동아리를 만들었다. 이후 일주일에 한 차례씩 센터에 방문해 아이들에게 문법을 가르치고, 같이 밥을 먹으며 인생 상담을 해주는 등 멘토로서 아이들의 동반자가 돼주고 있다.

 

그는 “고마운 게 많아 받은 걸 돌려주고 싶었을 뿐”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안양지역에서 24년째 무료급식을 하고 있는 유쾌한공동체에는 이러한 나눔의 선순환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을 정도다. 유쾌한공동체의 온기로 굶주림을 채운 사람들이 또 다른 누군가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봉사자를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배식을 돕는 자원봉사자 3명 중 1명은 노숙인 시절 무료 급식으로 허기짐과 공허함을 달랬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무료 급식소를 찾던 노숙인 시절 ‘따스한 정’을 느껴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는 김승우씨(55·가명)는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라며 “따스한 나눔은 더 큰 나눔을 낳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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