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40% 겨울에… 전기요인 최다 도소방본부, 관련 추진 사업 ‘전무’ 일부 지자체 홍보 부족 ‘유명무실’ 위험성 각인·예방 교육 강화 절실
5일 오전 11시께 김포시 대곶면 한 가축 농장 내부엔 샌드위치 패널로 된 조립식 우사 여러 동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우사 곳곳엔 볏짚이 잔뜩 쌓여 있었고 벽 한편엔 오래된 전기 전선이 엉겨 붙어 있는 상태였다. 그 앞 바닥엔 비닐 등 가연성 높은 물질과 멀티탭이 뒤엉켜 있어 화재가 발생할 시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농장주 정윤섭씨(가명·67)는 “최근 인근 (가축) 농장에서 불이 나 큰 피해가 있었는데 우리도 물통 등에 전기 열선이 들어가다 보니 언제라도 화재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불안하지만, 리모델링 등을 할 수 없는 처지라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오후 안성시 일죽면 고은리 일대. 넓은 벼밭을 끼고 위치한 한 돼지 농장은 소방서와 멀리 떨어진 도심 외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입구도 경차 한 대가 겨우 오갈 정도로 좁아 소방차 진입은 어려워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노후화된 컨테이너 건물 안엔 오래된 전기 난방 장치가 가동되고 있었고, 천장엔 오래된 전구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경기도내 축사에서 발생하는 화재 사고가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예방 사업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국가화재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간 경기도내 발생한 축사 화재는 전체 438건이다. 이로 인해 14명의 인명 피해와 소방서 추산 356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축사 화재 10건 중 4건(42%) 이상은 겨울철에 일어났다.
화재 원인은 전기적 요인(304건)이 가장 많았고, 이어 부주의(126건) 등 순이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추진하는 축사 화재 예방 관련 사업은 없었다. 이미 대형 화재가 발생했던 지자체 일부에선 여전히 화재 예방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었고, 일선 소방서 차원에서 화재 예방 사업을 벌이는 곳도 있었지만 제대로 된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지난 2019년 5월께 메추리 공장 화재로 메추리 8만여마리가 폐사하고 2억여원의 재산피해가 난 김포지역은 현재까지도 재발 방지를 위한 예방 사업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13일 돈사 화재로 돼지 1천여마리가 폐사한 안성시에선 일선 소방서와 지자체 차원에서 화재 예방 교육 활동을 한다고 했지만, 현장에서 만난 많은 농장 관계자들은 금시초문이란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소방 당국 차원에서 화재 예방 교육 강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겨울철엔 난방, 화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축사농장은 건물 인근 가연성 물질이 많아 화재에 취약하다”며 “농장주는 소화기를 배치하는 등 안전에 유의하고, 소방 당국에선 농장주에게 화재 위험성을 알리는 예방 교육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소방재난본부는 “일선 소방서에서 일부 추진 중이지만 관련 현황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농장주 대상 예방 교육 등은 필요성이 있는 만큼 검토해보겠다”고 해명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