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 개교했는데 학생이 없다, 수요 예측 신중해야

개교한 지 3~5년 된 신생 학교 10곳 중 3곳이 예상했던 수준보다 학생 수가 지나치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령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학생 수 예측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과대 학교, 과밀 학급도 문제지만 텅 빈 학교 문제도 심각하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3년 지방 교육재정분석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0년 개교한 전국의 214개 초·중·고교 가운데 31.3%인 67개교가 학생 수용률이 과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학생 수용률은 학교 신설 계획 당시 수립한 개교 3∼5년 후 학생 수 대비 실제 학생 수용이 적정한 학교 수를 측정하는 지표다. 개교 3∼5년 학생 수가 예상한 수준의 70% 이상, 130% 미만이면 적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70%를 밑돌면 과소 수용, 130% 이상이면 과대 수용 학교로 분류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적정 학교는 129개교(60.3%), 과대 학교는 18개교(8.4%)로 집계됐다.

 

학령인구가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하면서 과소 수용 학교 비율은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과소 수용 학교는 2018년 개교된 59개교 가운데 15개교(25.4%), 2019년엔 73개교 중 21개교(28.8%), 2020년엔 82개교 중 31개교(37.8%)로 파악됐다. 반면 과대 수용 학교 비율은 점점 줄고 있다.

 

경기도 상황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문을 연 89개교 중 19개교(21.3%)가 과소 수용 학교로 조사됐다. 학생 수용률이 50%에 못 미치는 학교가 7개교나 됐다. 2018년 개교한 화성 다원초, 2019년 개교한 고양 향동중, 2020년 개교한 광주푸른초·화성 수현초·고향 원흥초·시흥 목감고·화성 새솔고 등이다.

 

과소·과대 수용 학교가 발생하는 것은 학생 유발률이 적절하게 추정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과소 학교는 공동주택 입주가 지연되거나 통학구역 내 미취학 아동 수가 증가하면서 적정 수용률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대 학교는 개발계획과 다르게 개발이 진행되거나 주택이나 지역 선호도 차이 등으로 발생할 수 있다. 교육청이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하지 못하고 과거와 유사한 방식으로 학생 수를 추정한 것도 원인이다.

 

학생 수를 과다 예측하면 소규모 학교를 양산할 수 있다. 학생 수 예측의 정확도를 높여 적정 규모의 학교를 설립해야 한다. 그래야 예산 낭비도 줄이고, 학교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교육청은 과소 수용 학교들이 적정 수용률에 도달할 때까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학생 유발률 예측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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