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준 한국학교폭력예방연구소장 “촉법소년은 개입, 학교폭력은 예방해야”

신도시에서 많이 발생…학교폭력, 촉법소년 범죄율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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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준 한국학교폭력예방연구소장. 이대현기자

 

“촉법소년은 개입해야 하고 학교폭력은 예방에 힘써야 합니다.”

 

학교폭력 예방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정재준 한국학교폭력예방연구소장(55)이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정 소장은 지난 25년간 청소년범죄와 학교폭력을 연구하고 있다. 1998년 제42회 행정고시 소년보호직에 합격, 법무부 소년과와 형사정책연구원 청소년범죄연구실에서 근무하며 청소년 범죄의 실무를 익혔다.

 

그는 3년 전 남양주시가 학교폭력 발생건수 전국 1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곧바로 남양주시 다산동에 학교폭력예방연구소를 설립해 가해자·피해자 상담, 학교폭력 예방교육, 비행청소년 사랑의 교실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행복한 교실’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정 소장이 신도시인 다산동에 연구소를 설립한 이유는 유독 신도시에서 학교폭력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신도시 특성상 젊은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서 자녀에 대한 훈육이 과거에 비해 약화됐고, 최근 한 자녀를 갖는 경우가 많아 형제자매간 사회화를 익힐 기회가 없으며 스마트폰을 통해 성적 자극물이나 욕설‧폭력물에 쉽게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정 소장은 “이러한 점에서 초등 학교폭력 만연의 중요 원인을 진단할 수 있다”며 “원인이 제대로 진단돼야 해법이나 예방책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 소장은 학교폭력과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 범죄 발생률이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4월10일부터 한 달 동안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약 317만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결과 피해 응답률이 약 1.9%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1년간 당한 학교폭력은 5만9천건으로 이는 지난 2020년 0.9%인 3만건보다 두 배 가까이 폭증한 수치다.

 

특히 학교폭력 발생 건수 5만9천건은 지난 2022년 한 해 발생한 촉법·범죄소년이 저지른 범죄 건수 약 7만건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행정적 관점에서 학교폭력 발생 건수와 사법적 관점에서 비행소년 발생 건수가 상호 연동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는 대한민국 사회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정 소장은 강조했다.

 

정 소장은 “촉법소년의 연령 인하가 소년범죄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관용주의는 촉법소년에 대한 방관주의만큼 무책임하다”며 “촉법소년은 개입하고 학교폭력은 예방하기 위해 전국적 캠페인을 하고, 행복한 교실 만들기에 정부와 시민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학교폭력이 저하되는 만큼 촉법소년 범죄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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