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꿈은 후순위”…비혼 자녀들이 떠맡는 ‘노부모 돌봄’

도내 만 65세 이상 노인 동거 ‘69만817가구’ 고령화 가속
결혼·꿈 미루고 독박 돌봄… 경제적·정서적 어려움 호소
道 “소득·연령 관계없이 누리는 지원 정책 지속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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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기환씨(가명·40대)는 아픈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몇 년 전 어머니가 뇌경색 판정을 받으면서 병원비와 간병비를 내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까지 썼다. 다른 형제들은 이미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를 돌보는 것은 전적으로 그의 몫이 됐다. 이씨는 결혼은 물론 연애도 포기했다.

 

#2. 최서영씨(가명·30대)는 1년 365일 어머니 옆에 붙어 있다. 길어지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머니가 직장을 잃으면서 우울증이 찾아왔고, 매일 불안증세를 호소했다. 결국 그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작가의 꿈을 접고 수원으로 내려왔다. 지난 3년 동안 생계유지를 위해 시간제 근로를 한 시간을 제외하고 어머니와 떨어져 있었던 시간은 단 하루도 없었다는 최씨. 그에게 미래를 생각할 여유는 없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돌봄의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경기도내 비혼 돌봄자들이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22년 도내 거주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4.7%에 달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규정한다.

 

인구총조사(통계청, 2021) 결과를 보면 경기도는 만 65세 이상 노인과 함께 동거하는 가구가 69만817가구(13.1%)로 조사됐다. 도내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이러한 가구 형태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이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비혼 자녀’들이 노인 돌봄의 중요한 주체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은 부족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돌봄 지원 서비스가 부족한 부분을 비혼 자녀가 채우고 있는 만큼 가족 내 돌봄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일을 이어갈 수 없는 비혼 자녀들은 경력이 단절되고, 돌봄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적 어려움은 중첩적으로 나타나게 된다”면서 “비혼 돌봄자들을 위한 심리지원과 역량강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이들의 돌봄이 경감할 수 있도록 편의 지원 서비스를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누구나 돌봄 등 지원 정책이 있으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면서 “소득·연령에 관계없이 돌봄 틈새가 발생하지 않도록 활성 방안을 지속해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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